북괴무장간첩의 양구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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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 간첩대책본부는 13일 북괴무장간첩 3명이 중부전선 양구부근에 침투해 국군과의 교전 끝에 1명이 사살되고 2명이 도주중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도주한 2명도 식량이 떨어진 것으로 보여 머잖아 소탕될 것이라고 한다.
노획한 휴대품으로 분석하건대 이들의 침투목적은 주로 간첩「루트」의 개척, 군사정찰, 중요시설파괴 등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에 있은 삼천포근해의 무장간첩선침투, 「노르웨이」「프랑스」등에서 교민을 납치한 위장귀순극사건 등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무장간첩을 남파한 북괴의 소행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그들의 온갖 대외적인 평화「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진의는 오직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괴의 무력통일 야망은 최근 한미양국이 확인한 공격형 성격의 군사력증강이나 지금도 파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땅굴 등에서도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들의 남침전략이 특수부대에 의한 선제기습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것은 북괴가 군사력 중에서도 「게릴라」부대·유격부대 등 특수부대증강·양성에 가장 힘을 기울였다는 점에서도 입증되는 것이다.
GNP대비 군비비율이 한국에 비해 3.5배나 높을 정도로 무력증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북괴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를 노리고 있다.
무장간첩을 해안·산악지방으로 수시로 남파하는데는 파괴·정찰의 목적 외에 저들 나름대로 우리의 대응능력을 시험코자하는 의도도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침투가 곧 전멸」이라는 교훈을 저들에게 철저히 가르쳐 줌으로써 「결정적 시기」는 영원히 올 수 없음을 확신시켜 줄 필요가 있다.
저들에게 이런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 우리가 아무리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평화적인 교류용의를 밝혀봐야 그들의 적화야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괴의 호전적 체질은 주변정세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음도 확인된 일이다.
미국과 중공이 국교를 정상화하고, 중공이 우경화 노선을 추구하는 등 북괴로서도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국제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북괴는 여전히 무력강경노선만을 고수한 채 오히려 그와 같은 주변의 변화가 내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더욱 폐쇄적인 자세를 굳히고 있다.
평화지향이 아니면 행세하기조차 어려운 국제사회에서 유독 북괴만이 고립된 이단아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고립되고 폐쇄된 사회가 자기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흔히 대외적인 돌파구에 호소한다는 역사의 경험을 생각할 때 우리의 대북 경계는 순간도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무장간첩사건도 이 같은 우리의 자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간첩소탕작전에 나서고 있는 국군장병들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면서 도주한 잔당도 한시 빨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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