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 주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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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년도 「노벨」의학상은 영국과 미국의 두 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터프츠」대 물리학교수인 「A·M·코매크」와 영국 EMI사의 전기공학자 「G·N·하운즈필드」. 50대와 60대의 노 과학자들이다.
비 의학부문의 학자들이 의학상을 받은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둘은 임상의사는 아니지만 누구 못지 않게 의학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X선에 의한 「컴퓨터」단층촬영 진단법』을 개발, X선의 입체적 재생을 가능하게 했다.
X선 사진은 신체구조를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종래의 촬영법으로는 「필름」위에 뼈나 기관 또는 종양의 상이 서로 겹쳐 면밀한 식별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검진부분을 여러 각도에서 X선 사진을 통해 관찰해야 했다. 때로는 그것으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았다.
바로 이런 결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X선 촬영기를 이들 「노벨」의학상 수상자들이 고안해냈다.
이 촬영기는 세 가지의 중요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X선관과 「컴퓨터」, 그리고 「폴라로이드·카메라」.
이들이 작동을 시작하면 X선 탐색기가 찾아낸 갖가지 정보들이 「컴퓨터」의 기억장치 속에 축적된다. 이렇게 기억된 정보들은 「폴라로이드·카메라」에 의해 1분 사이에 사진으로 만들어진다.
가령 그 촬영기가 뇌세포를 통과할 경우 무려 2만8천8백종의 정보를 수집하고, 또 그것을 「컴퓨터」에 축적하게 된다.
종래의 X선 촬영기로 똑같은 진단을 하려면 거듭되는 X선 조사로 충격적인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며 2주 이상의 임상진단기간이 필요하다.
물론 정보의 양과 질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기는 벌써 1973년 6윌 영국 EMI(전자음악산업)사가 제작, 미국 「메이오」병원에 최초로 설치했었다. 일명 「EMI주사기」로 불리기도 한다. 그 장치비는 20만「달러」에서 70만「달러」사이. 웬만한 병원에선 엄두도 내기 어려운 비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울대·연세대·경희대·한양대 등 유수 병원에도 이미 이 촬영기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은 환자들에게 한결 안도감을 준다.
영광의 「콤비」수상자들은 서로 이론과 실제를 겸전할 수 있어서 문제의 촬영법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요즘 서울시내 병원과 의원에 설치된 X선 촬영기의 95%가 불량기라는 사실이 검찰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었다. 무면허 기술자들이 만든 엉터리 기계가 무면허 기사들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현실-. 「노벨」상의 영광과는 아득히 멀기만 하다. 그것은 의학의 문제이기 전에 양식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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