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제명 승복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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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 총재 회견>
국회에서 제명된 김영삼 신민당총재는 4일 하오 『나에 대한 제명은 완전한 불법이므로 영원히 승복할 수 없으며 제명을 열두번 하더라도 여당이 내세운 징계사유는 어느 한 구절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탄압이 있더라도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소신과 신념은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나는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역사의 대도를 정정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회견요지.
『공화당정권은 오늘 국회를 권력의 시녀로 타락시켜 야당총재를 의회로부터 추방했다.
이로써 지난 5월30일 내가 신민당총재로 당선된 이래 계속되어 온 일련의 탄압정치에 행정부·사법부·입법부 모두를 동원함으로써 이 나라에는 어느 한 분야에도 민주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과 세계 앞에 명백하게 입증했다.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공화당정권이 선거에서 1.1%를 이긴 야당총재를 의회에서 추방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추방하는 것이며 의회정치의 조종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민이 준 국회의원의 자리를 박탈당하게된 이 사실을 역사가 준 영광스러운 훈장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것이 민주시대를 위한 더욱 영광스러운 과업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십자가를 질 것을 각오한다.
나는 이미 나라와 국민,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졌다.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마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는 오늘의 이 수난을 민주주의를 위한 순교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를 아무리 국회에서 축출하고 아무리 감옥에 가둔다해도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소신, 나의 철학, 나의 시국관까지 축출할 수 없고 감옥에 가둘 수 없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길을 선택한 것이다.
공화당정권이 잠시동안 민심을 외면할 수 있어도 영원히 외면할 수 없다. 정치는 영원하지만 정권은 유한한 것이다. 따라서 공화당정권이 아무리 힘의 정치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떠나버린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우리에게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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