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혁명에 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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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장두성특파원】「녹색혁명」이라면 「맬더스」의 인구론이 경고한 굶주림의 세계로부터 인류를 구해준 고마운 식물학적 개가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지상의 씨앗』이란 보고서는 그러한 안일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녹색혁명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산물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녹색혁명이 농산물의 품종을 표준화 단순화함으로써 특정 병충해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동종 농산물이 동시에 말살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런 예는 1840연대에 「에이레」에서 있었다. 3년 동안 주식인 감자가 병충해로 흉년이 되는 바람에 1백만명이 굶어 죽고 2백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었다.
녹색혁명이란 같은 계열의 식물중 수확에 유익한 유전인자만 골라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그런 품종이 나오면 재래종은 자연 도태되어 버리기 때문에 구제하기 힘든 병충해가 올 경우 이에 대항할 유전인자를 구하려해도 그걸 얻을 수 있는 재래종은 이미 사라져 버린 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안에서 재배되는 콩의 90%가 2종류로 표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보고서는 지구상의 모든 농산물의 재래종을 모아서 보호 유지할 기구를 「유엔」산하에 두어야 된다고 건의하고 있다.
두번째 부산물은 농산물 종자의 개발과 공급을 다국적 화공약품회사들이 독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리에 목적이 있는 이들 다국적 회사들은 농민의 소득이나 소비자의 영양상태보다는 자기 회사가 만든 비료와 구충제에 알맞게 신종을 개발해서 특허까지 얻어 비싼 값으로 종자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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