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사건 제보자는 박철웅의 장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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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금당사장 정해석씨 부부 및 운전사 살해범 박철웅 형제 검거의 결정적 제보자는 박의 내연의 처 김효식의 아버지 김모씨(56·인천시 송림동)로 밝혀졌다.
김씨는 73년 정년 퇴직한 20년 경력의 전직경찰관이다.
김씨는 딸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왔기 때문에 사위인 박을 고발했다고 했다.
김씨는 30일 본사 기자에게 사위인 박철웅을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했던 그간의 인간적 고뇌를 털어놓았다.
김씨가 딸을 통해 사위인 박이 어떤 중대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것은 금당사건이 일어난 지 한달 쯤 지난7월22일 께였다.
과거 20년동안「베테랑」형사로 이름을 날렸던 김씨인 만큼 그 이전에도 가끔 인천 친정에 걸려온 딸의 장거리 전화나 다니러 온 딸의 태도에서 신변에 무언가 심장치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어쩌면 좋아요』-.
7월 초순 새벽같이 인천 집에 온 딸은 어머니 이씨(53)를 붙들고 『어머니, 난 어쩌면 좋아. 죽고만 싶어. 그이가 이상해』라며 울먹였고 갑자기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아버지 김씨는 부부 싸움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박철웅은 범행 1개월 후인 7월21일 저녁 동생에게 완전범죄를 위해 내연의 처 김효식을 죽이겠다는 얘기를 했고 동생은 형과 말다툼 끝에 이 사실을 형수에게 털어놓았었다. 이때부터 김은 수척해졌고 어머니에게 불안하다는 얘기를 자꾸 하게 됐다.
김씨는 처음 사위인 박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첫 결혼 (69∼70년)에 실패한 딸이 박과 행복하게 살고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박철웅에 대한 김씨의 첫 실망은 5월 초 1백60만원을 빌려주고 이자는 커녕 원금마저 떼이고서부터였다.
7월22일 밤10시쯤 딸에게서 장거리전화가 걸려왔다.
『그이는 요즘 매일 늦어요. 제가 죽을 것만 같아요. 아버지 앞으로 제가 보이지 않으면 뒷조사를 해주세요』라는 애절한 호소였다.
김씨는 딸을 진정시키고『그렇게 나쁜 놈이면 경찰에 고발해라』고 했으나 딸은『그것만은 절대 안돼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딸이 박철웅을 무척 사랑했다고 했다.
인천 집에 보관되어 있는 김의 일기장에는 박을 만나 새 생활의 꿈을 키우려던 희망과 박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적혀 있었다.
딸의 전화가 오고간 보름쯤 뒤 또다시 걸려온 장거리 전화내용은 『요즘 기분 같아서는 정신병원에라도 들어가야 될 것 같아요. 무섭고 두렵기만 합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박이 벌이고 있는 사업도 잘되지 않는다는데 돈을 잘 쓰는데다 딸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말에 혹시 대공(대공)용의점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김씨는 8윌7일께 과거동료인 L모 경위에게 딸의 사정을 설명하고 사위 박철웅의 대공용의점 내사를 의뢰했다.
조사결과 78년6월 이전에 2년6개월의 형을 살고 출감(공무원자격 사칭 및 공갈)했으며 사기 및 절도전과사실이 나타났을 뿐 대공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사위가 금당사건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9월초 김씨는 딸을 인천으로 불렀다.
김씨가 딸에게『너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네 남편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셋씩이나 말이다. 이 애비 말이 맞지』라고 다그치자 딸은 금씨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딸은 박을 버릴 수 없으며 아버지가 입만 다물면 전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박을 고발할 것인지 아니면 딸의 행복을 위해 이를 눈감아야 할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선택이 어려웠다.
고민해오던 김씨는 9월12일 딸에게서 뜻하지 않은 얘기를 들었다. 박이 사업자금을 마련한다며 모 사업가의 딸H양(27)을 꾀어 약혼을 빙자해 돈을 우려내고 딸에게 아내자리를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
이 얘기를 듣고 김씨는 박을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딸에게 금당피해자의 시체를 어디다 두었느냐고 물었으나 딸은 모른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전 동료인 경찰관을 만나 박이 금당범행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증거가 없으므로 신중한 수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 제보를 받은 서울시경 강찬기경감「팀」은 9월27일까지 만13일 동안 완벽한 증거수사를 펴 수사에 개가를 올렸다. <김현?·김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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