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참외 작년에 다 팔아" 값 폭락 걱정없는 농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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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가야산공동체 박재원 대표가 수확한 참외를 들고 있다. [성주가야산공동체]

농산물 가격폭락에 많은 농가들이 시름에 잠겨있지만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농가도 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일대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성주가야산공동체(이하 공동체)’가 그렇다. 여기에는 지역 11개 참외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농가는 2004년부터 무농약 재배 등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농가들이다. 공동체는 2006년 친환경소비자협동조합인 ‘한살림’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협동조합이 다음해 필요한 물량을 파악해 매년 9월쯤 주문하면 그에 맞춰 이듬해 참외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10㎏ 당 5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평균 도매가격(3만7988원)보다 1만원 이상 높다. 공동체는 올해 총 105t(11ha)의 참외를 생산한다. 내년 생산량과 값은 오는 9월 결정된다.

 공동체가 생산한 참외는 시중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잘 팔린다. 이유가 있다. 우선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참외를 기른다. 또 톱밥과 쌀겨·깻묵 등으로 직접 만든 퇴비를 사용한다. 해충은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 등 천적 곤충을 활용해 방제한다. 곤충만으로 모든 병충해를 막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수확량은 일반 참외농가의 절반 수준이다. 모양도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참외보다 못생긴 게 많다.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 품질인증기관으로부터 ‘유기재배’ 인증을 받았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라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다. 특히 먹을거리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이 주요 고객이다. 사전에 계약한 만큼만 생산해 팔기 때문에 남거나 부족할 일도 없다. 한살림 조합원이 43만 명이어서 품질만 유지된다면 안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참외 가격은 농가와 소비자(협동조합)가 협의해 결정한다. 하우스용 비닐 등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전기세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꼼꼼히 따진다. 결정된 가격은 시세와 상관없이 보장받는다.

 공동체 박재원(62) 대표는 “무농약 재배를 시작할 때에는 노하우가 없어 농사를 망칠 때도 있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고품질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살림 이용건(37) 농산팀장은 “소비자는 농가에게 수익을 보장하고, 농가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윈윈(win-win) 시스템이다”고 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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