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통해 배우는 脫솔로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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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파란 봄날, 그대 혹시 외로움에 몸을 떨며 방바닥만 긁고 있는 건 아닌지… 혹 그렇다면 실용 연애 백과사전, 만화책을 통해 배우는 솔로 탈출법을 알아보자. 커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과 사랑의 기술들을 알고 나면 솔로 탈출은 시간 문제일 뿐.

사랑도 해본 사람만이 할수 있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내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딱 얼굴만 보자면 뭐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얼굴인데 유독 그 친구 주변에만 남자들이 들끓었다. 이 남자랑 헤어지기 바쁘게 줄 서서 기다리던 다른 남자로 바꿔치기 하고, 그 와중에도 제3의 남자가 또 등장하는 바통 터치 연애의 하이라이트. 그 친구에 대한 나의 감정은 질투와 부러움의 파도 타기. 그래서 그녀의 연애 기술을 벤치마킹해, 인생 역전 한번 해보려고 무진장 노력했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감정의 겁쟁이인 나는 정말 못한다’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사랑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솔로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에 대해 너무나도 엄격하다는 것. ‘이 정도의 감정 가지고 감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더 크고 벅찬 걸 거야”라고 생각하며 사랑의 싹을 잘라버린다. 그리고 헤어짐을 전제로 한 사랑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그 친구는 사랑에 대해서는 오픈 마인드다.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어린아이 같은 사랑, 그렇게 사랑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에 그녀는 선수가 된 것.

내가 본 최고의 연애하수 『너는 펫』의 스미레


내가 본 최고의 연애 고수인 친구와는 정반대인 진정한 연애의 하수가 여기 있다. 「너는 펫」의 주인공, 스미레. 그녀는 외유내강이 아닌 외강내유의 전형으로 차갑고 잘난 척할 것 같은 외모지만 성격은 너무나도 소심하고 심지어 어리버리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남자한테 차이고 ‘모두 다 내 탓이요’를 연발하던 그녀가 어느 날 페트(pet)를 줍게 된다. 길거리에서 만난 미소년, 모모. 그를 집에 데리고 와 애완동물처럼 키우면서(여기까지 들으면 이상한 변태 만화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직까지는 얼음공주가 얼음을 깨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녹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녀가 배운 사랑의 기술 제1조는 가슴의 욱신거림이 질투라는 감정 때문이고, 그 질투를 표현하는 것이 결코 유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편지하기 좋은 날』의 짝사랑 전문가들


「편지하기 좋은 날」의 주인공들 또한 어리버리하기는 막상막하. 그들은 모두 짝사랑만 하고, 그들에게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다. 두근거리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사랑하지만 떠나 보내야 하는 가히 70년대에나 볼 수 있는 신파조의 사랑. 하지만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이 속 터지는 어리버리들도 막판에는 용기를 낸다. 어리버리한 이들의 사랑 역전 성공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와 함께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러다 문득 ‘혹시 그들의 어리버리함이 사랑을 이끌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은 본능이기도 하지만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리버리해서 쉽게 배우거나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일단 배우게 되면 진득하게 유지되는 늦된 이들의 사랑.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더욱 따뜻하게 감쌀 수 있는 그들이 사랑에 더 적합한 캐릭터다. 혹시 지금 남자친구가 없다면, 당신이 너무 완벽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자. 조금 자신을 느슨하게 풀어두어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가고, 어리숙해 보여도 나쁠 것은 없다. 오늘의 결론, 때로는 사랑에 대한 오픈 마인드와 어리버리함이 사랑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patzzi 노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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