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지상전투부대, 「쿠바」주둔이 던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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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쿠바」내에 소련전투부대 1개여단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첩보위성에 의해 밝혀짐으로써 「카리브」해역에는 또다시 미소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밴스」국무장관이 3개월만에 황급히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쿠바」 주둔소련군배치상황을 공개하고 소련의 적절한 대응책을 기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여부는 일단 「모스크바」의 손에 넘겨진 셈이다. 「밴스」는 이와같은 사태가 『미소관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소련과의 협상결과에따라 미국의 대응책을 취하겠다는 경고장까지 띄웠다.
미국의 「매스컴」들은 한결같이 소련이 미국의 코밑에 있는 「쿠바」에 계속 군사력을 증강시키는것은 묵과할수없다고 아우성이고 미정보기관들은 소련이 공수 및 상륙작전능력도 없는 전투부대를 「쿠바」에 배치한 진짜속셈이 과연 무엇인가를 예의 분석중에 있다.
미국이 추측하고 있는 소련의 목적은 「아프리카」파병으로 「공백」이 생긴「쿠바」군 전력을 메우기 위한 심리적·상징적지원일 것이라는 온건론에서부터 앞으로 소련의 대규모 핵기지를 건설하기위한 전초작업일 것이라는 강경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느 경우든지간에 5천여명의 소련군이 「쿠바」에 주둔함으로해서 소련이 「쿠바」내에 미본토감시용 전진기지를 갖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며 이때문에 「프랭크·처치」 미상원외교위원장을 비룻한 많은 상하원의원들이 대단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과 소련이 「쿠바」내 소련군사력문제로 세번째로 대결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62년의 「쿠바」「미사일」 위기는 소련이 「쿠바」내에 중거리 핵「미사일」과 전투폭격기를 배치함으로써 야기됐었다.
당시 「케네디」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전면 봉쇄조치를 단행하고 소련수상 「흐루시초프」에게 즉각 철수를 요구한 끝에 결국은 소련이 미국에 무릎을 꿇고 이를 모두 철수시킨 바 있다.
「케네디」는 당시에 배치됐던 핵「미사일」과 전투기 철수를 실현시켰을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이같은 무기를 「쿠바」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소련의 약속까지 받아냈다.
당시 미소간에 맺은 협정과 양국지도자들이 교환한 각서는 지금까지 「쿠바」내 소련군배치에 관한 지침으로 지켜져 오고 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8년후인 70년에 소련은 「쿠바」의 「시엔푸에고스」함에 핵잠수함기지를 건설하려다 「닉슨」대통령의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이때도 소련은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62년 협정에 「쿠바」내 소련해군기지활동이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에 승복함으로써 사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62년 「미사일」위기가 핵「미사일」및 전투기가 개입된 「공군력」이었고 70년 「닉슨」시절에는 「해군력」이 말썽을 일으킨데 반해 이번에 문젯거리로 등장한 것은 소련의 「지상군」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에도 소련의 양보를 받아낸다면 소련군은 「쿠바」내에 육해공군 어느 분야의 활동에도 제약을 감수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이것은 미국이 얻을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다.
만일 소련이 미국의 요구를 돋지 않을 경우 미국이 취할수 있는 대응책으로는 ①62년때와 같은 「쿠바」의 완전봉쇄조치 ②소련군의 일부라도 철수시켜 미국내 여론을 무마시키는 방법 ②「쿠바」내의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미군병력을 증가시키는 방법 ④「카터」가 77년에 중지시킨 SR-71정찰기의 「쿠바」상공 재투입 등이다.
「쿠바」의 소련전투병력이 10여년전부터 증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제와서 문제시하고있는 그 「타이밍」에 의미를 부여하는 측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카스토로」「쿠바」대통령이 최근 「아바나」비동맹회의에서 미국을 규탄하고 소련에 대한 접근을 노골화한데 대해 미국이 보복을 가하고 「쿠바」에서 개최중인 비동맹희의를 의도적으로 격하시키겠다는 미국의 정치적계산이 작용했을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원에서의 비준전망이 불투명한 SALTⅡ 협정의 책임을 소련측과 나누어 갖자는 의도로 보는 사람도 있고 「카터」가 허약한 외교정책을 쓰고있다는 누명을 벗기위해 「쿠바」사태해결에 전력투구하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미국의 태도는 자못 단호하다. 미국은 「쿠바」가 공산주의를 택하든, 사회주의를 택하든 개의하지 않고 「쿠바」를 침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전투부대를 「쿠바」에 주둔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쿠바」사태는 「카터」대통령에겐 정치적·외교적역량을 「데스트」받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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