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능력 있는 여성으로 취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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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는 이화인의 정신을 더 넓게 더 높게 진작시켜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 순간의 결의야말로 이화 1백년을 지향해 나가는 중요한 의지로 기록될 것이며 서기2천년대의 인류미래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화정신의 본질이 두 가지의 실천적인 이념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중 하나는「지성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는 능력 있는 여성」의 정립이며, 다른 하나는「민족의 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역사적인 어머니」로서 자리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이념적인 이화의 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힘을 합쳐 다음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첫째로, 이 땅의 젊은이들을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의하여 무장될 수 있도록 길러 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독교의 신앙은 현실에서 벗어나 은둔할 수 있는 도피처가 아니라 적극적인 삶의 의지라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기독교의 자리를 일상생활에서부터 활성화시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학문하는 대학, 연구하는 대학으로서의 계속적인 발전을 한층 더 다짐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영역의 학문과 방법론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적풍토의 조성에 노력하며, 학문하는 대학으로서의 학풍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셋째로, 고등전문인 여성지도자의 양성에 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고등전문인이란 전공하는 학문의 이론을 계발하고 정립함으로써 특정전문분야에서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일을 위해서는 우선 대학원교육이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로, 여성인간화의 실현을 위한 의식화와 생활능력을 길러 주는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개인의식뿐 아니라 투철한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을 심어 줌으로써 그 자신이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역사에 대한 정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로, 더 많은 이 땅의 여성들에게, 더 지속적으로 훈련받고 연구하려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야 하겠습니다. 여성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나 또는 남성과 함께 고뇌와 환희를 같이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대학의 기능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화는 시대의 추종자가 아니라 역사의 주인으로서 민족과 국가를 섬기는 창조적인 지적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여야하며 이화정신을 저 멀리 언 땅과 그늘진 곳에까지 펼치게 하여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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