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안든 화분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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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친구가 매듭을 배우러 가자고 했다. 심심한데 화분걸이도 두어개하고 손가방도 만들어 들고 다니자는 것이다.
나는 생활의 변화도 찾을 겸해서 같이 H매듭 교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재료값이 너무나 비싸다.
우리는 예산보다 무척 비싸 이것저것 물어만 보고 그냥 돌아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무척 아쉬웠다.
나는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작년 겨울 뜨개질하다 조금씩 남겨둔 털실 뭉치들을 생각해냈다. 그것들은 분량이 작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실들이었다. 나는 그 실을 가는 것은 네 겹, 굵은 것은 세 겹으로 하여 길이를 3백㎝로 가지런히 잘라 문고리에 걸고 곱게 비벼 새끼줄처럼 꼬았다.
그리고 배색이 잘되는 실끼리 곱게 맞추어 매듭 교실에서 눈여겨보았던 대로 화분걸이를 만들었더니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뜰에 있던 잎이 늘어지는 화분 하나를 넣어 벽에 걸어 보았더니 더욱 근사하다. 저녁때 학교에서 돌아온 정이가, 『엄마 이거 산 거야? 아이 이뻐』하며 그 곁에서 떠나질 않고 좋아한다. 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쭉 들려줬더니-.
『엄마 미안하지만 나 학원 다닐 때 가지고 다니게 가방하나 만들어 줄래?』한다.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는 다짐을 받고 만들어줄 것을 약속했다. 저녁을 하면서도 나는 거실에 있는 화분걸이를 쳐다보며 내일 정이 가방 만들 궁리를 하느라고 30도나 오르내리는 무더위도 까맣게 잊은 채 즐겁기만 했다.
분수에 넘치지 않고 항상 알뜰한 기지로 주위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절약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한다.

<서은숙 (서울시 성동구 자양동 553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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