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바둑의 정상으로 성큼|조치훈8단 기성탈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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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서 활약중인 조치훈8단이 명인 「타이틀」도 함께 가지고 있는 「오오따께」(대죽영웅) 기성을 힘으로 몰아붙여 「스트레이트」3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는 소식은 더위를 식혀줄만한 낭보였다.
「슬럼프」에 빠진것이 아닌가하는 기우를 갖게했던 조8단은 이번 「타이틀」획득을 계기로 조만간 일본바둑계를 석권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조8단에게 「타이틀」을 안겨준 기성전도전5번기 제3국의 경과를 살펴보자. 평소 장기인 흑1, 3, 5의 이른바 중공식포석으로 출발한 조8단은 좌상귀로 뛰어가 7부터 13까지 과감한 밀어붙이기 정석을 선택, 힘을 배경으로한 호전적인 세력작전을 펄쳐나갔다. 그로부터 조8단은 시종 강수작전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l, 2국을 맥없이 빼앗겨 막판으로 배수진을 친 「오오따께」9단의 추격도 사뭇 필사적인 것이어서 끝까지 마음을 놓을수 없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됐다.
중반까지 흑의 우세는 흔들리지 않았으나 백1, 36때가 흑으로서는 마지막 고비였다. 이때 조8단은 좌상귀의 흑6점을 가볍게 버리고 흑137로 한점을 따내. 우에 확실한 집을 장만했는데 이것이 숭리를 마무리지은 사소취대의 결정타였다. 흑157까지로되어 흑은 상변중앙과 우중앙에 20여집을 만든 것이다.
바둑은 심리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하는데 이때 조8단이 침착하지못했으면 「오오따깨」 9단에게 역전의 「찬스」를 주게됐을는지도 모른다. 「오오따께」9단은 2백45수를 보고 돌을 던지고 말았는데 한두집의 끝내기만 남겨놓은 이 상태에서 계가를 해도 흑이 10여집 남는 국면이다.
조8단이 2연승을 거두고 맞은 이번 제3국에 대해 「팬」들은 지난 76년2월 초순 「사까따」(판전영남) 9단에게 2연승이후 3연패했던 일본기원선수권전의 악몽이 떠올랐겠지만 조8단은 그같은 우려를 비웃는 듯 너무나 완숙한 솜씨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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