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위백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야마시따」(山下元利) 일본 방위청 장관의 방한을 놓고 한일 양국은 물론 미, 소, 북괴등 주변국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그의 방한을 “지역적 안전보장에 일본이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환영한 반면, 소, 북괴는 이를 맹렬히 비난했으며, 일본국내에도 뭔가 여론이 엇갈려 있는 듯한 인상이다.
방위청 장관의 방한을 금기시 해온 일본의 정치풍토에서 이번 「야마시따」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그만큼 안보에 관한 일본 내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긴장상태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할 뿐 아니라 한국 안보와 관련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민한 반응을 보여온 일본으로서도 최근 확인되고 있는 소련의 극동 군사력 증강과 주한 미군 존재의 유동성 때문에 서서히 안보 문제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야마시따」 장관의 방한 직전에 밝혀진 올해 일본의 방위백서가 소련 극동군 증강에 강한 우려를 현시적으로 보인 것이나 최근 단행된 자위대 전력 증강조치등은 일본 내 안보 관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방위백서는 1.소련의 극동군사 태세가 미국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 2. 극동소련군읜 서태간 양상의 미소 군사 균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방위계획의 대망은 아직도 고칠 필요가 없지만 “금년 정세는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장차 방위계획의 대망을 수정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야마시따」 장관이 금기를 깨면서까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되는 일이다.
따라서 양국 국방수뇌가 각기 자체안보를 위해 가능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세변화에 따른 당연한 요청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 군사 분야에 있어서의 한일간 협력 가능성은 지극히 좁은 것이 또한 사실이다. 우선 일본의 헌법상 제약과 국내 정치의 분위기, 여론 구조 등을 보아 일본이 한국 안보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아주 없는 것이라 해도 좋고, 이는 또한 우리의 민족적 감정으로도 쉽게 용인될 일은 아니다. 군사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한 일이라면 기껏 정보의 수집과 교류, 훈련 협조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앞으로 일본 해상 자위대가 증강될 경우 동해상에서의 양국 해군간의 역할 면에서 협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일본재계 일부에서는 군사장비의 대한판매 가능성을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도 한미관계나 무기체계상의 문제 등을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어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한 안보협력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며, 그보다는 대한 무역조건의 개선, 대북한 정책의 자제등 간접적인 분야에서 협력하는 자세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야마시따」 장관의 방한에 대한 소, 북괴의 비난이나 일부 일본 언론의 과민 반응도 현실적인 근거가 약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제정세의 변화를 방위력 증강의 지레대로 삼아온 일본정부의 과거 예로 보아 「야마시따」 장관의 방한도 극동소군 증강의 정세변화를 틈탄 일본의 방위금기 타파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없지 않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일본군사력의 증강추세는 주목할만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