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과학 그 교육의 현장|가지치기·접목·시비도 내손으로-완주중학교의 과학농업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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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학년 학생 60명이 두 패로 나누어 부지런히 손을 늘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철쭉 시범포에서 장마로 웃자란 잡초를 뽑고 한쪽에서는 이제 15㎝정도 싹이 튼 생강밭을 손질하고 있다. 완주중학의 농업실습시간 풍경이다.

<3천평에 시범-실험-경학포>
전주 동북쪽 12km 떨어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낙평리에 있는 완주중학(교장노철환·54)은 도내에서 농·축·임산교육의 여건이 가장 좋은 학교중의 하나다. 따라서 이 학교 1천6백28명의 학생(남녀 각12학급)들은 농업실습을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꼽는다.
학교부지 9천8백여평 가운데 3천여평이 실습지인데 이것을 시범포·실험포·경영포로 나누어 현장실습에 활용하고 있다. 유수남교사(34)가 실과를 담당하고 있지만 양상갑교감(58)도 화훼재배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있어 이 분야의 교육이 크게 활기를 띄고 있다.
완주중학교의 농업교육은 경운기·양수기·동력분무기·고압분무기등 농업기계가 완비되어 학생들은 단순한 실습에 그치지않고 기능습득에 더 증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대부분이 삽목·접목·전기·화분갈이·묘목관리등에 상당한 솜씨를 갖고있어 실습지엔 향나무·잣나무·편백·주목·은행나무·태산목등 고급정원수만도 27종 4천8백여그루가 가꾸어져 있다. 경영포에는 올해 소득을 목표로 한 양파·생강·가을채소등이 알차게 자라고 있다.

<채소-나무가꿔 실습비 충당>
황세정군(2년2반)과 이상훈군(2년4반)등 6명은 수업이 끝난뒤에도 실습지에 남아 유수남교사의 지도로 현장관찰과 실습을 계속한다.
황군은 『실습을 통해 배운 우리의 솜씨로 나무와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 아주 신기해요.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영농에 종사하면서 영농의 과학화에 힘쓰겠어요』라고 포부를 말한다.
완주중학교는 이러한 교육방침으로 전북도「학습공원화」시범학교로 지정됐으며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박태기나무·감나무등 6천7백여 그루를 학생가정에 분양했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점은 학생을 뒷바라치할 일손이 부족한 것. 실습지 관리를 전담하는 관리인이 1명도 없어 담당 유교사 혼자서 관리를 하기엔 벅찬 실정이다.
유교사는 『보다 알찬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당 l천2백평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실습장이 좁아 현재 밀식된 나무를 분식할 곳이 없다고 했다.
완주중학외도 전주동중과 남원중등이 농업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완주중학교와는 비교가 안돼 완벽한 실습교육을 못하고 있다. 전주동중은 도시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이웃 전주농고의 실습지를 견학(1년에 3∼4회)힘으로써 이론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론위주의 입시 개선돼야>
남원중(교장 임무성)의 경우도 넉넉한 실습지를 갖고있지 못하다. 지난해 3월에 부임한 실과담당 이금암교사(35)가 지난해 불탄 교사 1동의 자리에 장미 3천그루를 가꿔 학생들의 화훼실습에 사용하고 있다.
일부학교에서 실습을 통한 과학농업교육이 큰 효과를 얻고있는 반면 전북전체의 실태는 실습의 생활화와는 거리가 멀다.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것은 ①교사의 부족 ②이론학습에 중점을 둔 입시경향 ③실습지 및 실습도구 빈약, 그리고 실습시간 배당과 실습비 부족등이 가장 두드러진 이유다.
이 가운데 실험 실습비의 경우 연간 남자 1인당 6백원, 여자 1인당 8백원인데 이것도 과학·가정·가사실습재료 구입에 우선하기 때문에 농업실습을 위한 실습비 배정은 극히 적은 실정이다.
광주시의 중학과학교육 실정도 마찬가지다. 광주중앙여중 윤태호교사(39)와 광주일고 김길순교사(38)는 ①현실에 맞지않는 과학교육 교육과정 ②질이 떨어지는 과학교사 ③부족한 실험·실습기와 실험실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고교 태반은 실험실없어>
그러나 이 가운데서 중앙여중의 경우는 과학과 실험실 운영이 가장 잘되고있는 학교로 평가받고있다.
전남도내 80%의 중·고교가 실험실·과학실없이 이동식 수업을 받는것에 반해 중앙여중은 60평규모의 과학실 2개와 30평규모의 과학기구·자재실, 그리고 6평규모의 약장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확보하고 있는 각종 실험기구만도 3천여종이나 된다.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이런 실험교육 때문에 중앙여중생들의 과학실력은 도내에서 단연 두드러지며 해마다 열리는 「전남도학생과학전」에선 언제나 중앙여중 학생들이 최고상을 차지한다.
물이 담긴「비커」를 「알콜」「램프」에 가열하고 있는 중앙여중 2학면1반 조미애양 (16)은 「가열하는 시간과 온도의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면서 『물의 질량을 달리하여 같은 양의 열을 주었을때 가열한 시간과 물의 질량과 온도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고 있다』며 1시간내내 선생님의 실명을 듣는 것보다는 단 한번의 실험으로 쉽게 이해되고 응용력도 키울 수 있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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