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독일어교과서 엉터리 문장·낡은 문법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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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부터 새로 개편돼 쓰이기 시작한 독일어교과서에 문제점이 많다고 해서 말썽이다. 지난해 5월 인문계 고교용 2종(검인정)교과서로 선정돼 현재 쓰이고 있는 독일어 교과서는 3종. 문리사판(곽복록·한일섭공저)·진명출판사판 (박찬기저)·형설출판사판(김석도·장상용공저)등이 신청된 12종 중에서 심사끝에 뽑혔었다.
그러나 이들 교과서들은 본문·문법·연습문제등 교과서의 기본줄기에 있어 한결같이 잘못돼『오히려 지난해까지 쓰던 교과서 (16종 32권) 보다 개악되었다』 는 주장이 학계일각에서 일고 있는 것. 이같은 주장을 대변하고 나선 학자는 김성대교수(단국대·독문학·문박)다. 김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의 문제점으로▲교과서의 뼈대가 되는 본문에 독일현지에서는 도저히 사용될수 없는 말들이 있고▲문법이 본문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이「문법을 위한 문법」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연습문제가 학습목표를 평가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예로 본문에있어 Bistdu Chinese? (문리사판· I권·1과13P) 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문장이라는것.『너는 중국사람이냐』라는 내용의 의문문인데 이 경우 인칭대명사 du는 쓰일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친칭이라고 불리는 이 대명사를 쓰는 사이라면 매우 절친한 관계여서 국적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풀이한다. 차라리 이때에는 Kommen Sie aus China?로 해야 옳다는 것이다. 또 Wer ist das?/ Das ist ein Mann. (진명판· I권·1과6P)의 문장도 『저 사람은 누구냐?/저 사람은 한 남자이다』라는 뜻인데 우리말로 읽어보아도 있을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누구」냐고 물었을 때 대답은 당연히 사람의 이름으로써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본문의 오류는 형설판에도 있다.
Hier ist ein Knabe.(형설판·I권·6과23P)『여기에 한 소년이 있다』라는 정도의 뜻인데 이경우 Knabe라는 말은 오늘날 일상 독일어에서는 쓰이지 않는「사어」라는 것. 요즘에는 ein Junge를 주로 쓴다. 이밖에도 잘못의 보기는 매우 많아『교과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김교수는 개탄한다.
문법의 경우는 더욱 심해 학생들의 독일어 학습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릴 정도로 문법의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법은 본문 학습에 대한「시녀」(보조적수단)라고 머리말(진명판)에 규정해 놓고도 실제로는 그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본문과 아무 관련없는 문법이 매우 낡은 논리문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예로 익히기 힘든 명사변화표가 왜 아직도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차라리 동사를 중심으로 하는「월」의 기초적 구조학습이 더중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오류투성이의 교과서가 심사에 합격되고 쓰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김교수를 비롯한 학계일각에서는 의문을 감추지 못한다.
심사 기간이 1개윌여(78년4∼5월)밖에 안돼 신중한 심사가 안되었을 것 이라는 추측과 정실심사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 도 있다. 당시 독일어 교과서의 경우 심사위원은 대학교수 3명과 고등학교 교사 2명등 모두 5명이었다. 또 교과서 개편작업이 8개윌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져 너무「졸속」이었다는 여론이 있었고 보면 이같은 문제점은 여타의 교과서에서도 발견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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