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평요 백자전 호텔신라서|그릇의 성형·발색 뛰어나|제작진 이름 밝힌 게 특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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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좋은 백자의 재현을 위해 지난 수년간 남 몰래 기량을 쌓아온 도평요가 그 나름의 이색적인 첫 공개전을 마련 (9일까지「호텔신라」 유나화랑)한 것은 오늘의 전승도예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첫째 제작「스탭」의 공개다. 전승도예계에는 더러 도공이 가마를 자영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름난 공장일수록 이른바 경영자와도 공이 별개인 채 누가 기술자인지 아리송하게 감춰져 있는 예가 적지 않다.
그런데 도평요전에서는 그의 1급 기술자로서 최인석씨를 비롯하여 그릇의 성형과 무늬를 그려내는 화공에 이르기까지「스탭」을 밝힘으로써 이채로운 도예전이 되고 있다.
둘째 도평요전에서는 손수 한 도공의 손으로 이루어진 백자전을 시도하러 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전시품의 형태나 유약의 발색면에서 자신감의 발로라 할까. 이조백자는 흔히 청화와 철사무늬가 있어야 값지게 여기는 게 골동가의 상식이다. 그러나 백자의 묘미는 역시 순백에 있고 시문이 간명할 수록 한국백자의 특징은 더욱 우러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도평가마의 백자는 발색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고 있는데 다만 기형이 17, 18세기의 그것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지나간 어느 성대의 재현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한국의 전승도예 실정에서는 한번 딛고 넘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 없다.
이번 전시품에는 일부 화가들의 도화를 몇 점 곁들였다. 그래서 이번에 새삼 느끼는 것은 도화의 어려움이다. 좋은 화가와 도자기로서의 시문에는 다시 연구돼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전승도예계가 도화로써 활로를 튼 것은 사실이지만 도화로서의 평가는 이제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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