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체계 허술… '사스' 살얼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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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항만 등에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하고 있으나 법적인 근거가 미약해 불법 논란이 제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검역법에는 콜레라.페스트.황열 등 세 가지 전염병만 검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사스와 같은 해외 유입 전염병은 그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대신 '제4군 전염병(해외 유입 전염병) 중 사람 간에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에 대해 검역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부 업무 방침으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염병에 오염된 의심이 들 때 검사.소독 등의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검역법 조항(25조)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역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내부 지침을 활용해서는 안되며 명백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는 사스가 창궐한 뒤 대통령령으로 사스를 검역 대상 전염병으로 분류해 명백한 근거를 마련했다. 일본은 이미 해외유입 대상 전염병이 검역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검역소장이나 검역관 중 한 명은 의사여야 한다는 검역법 조항도 1976년에 만들어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 검역소장은 "당시는 국내 의료시설이 부족해 검역소에 진료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필요했으나 요즘은 후송체계가 잘 돼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김해.제주공항이나 인천.부산항 등 해외 물동량이 많은 곳은 의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90년대 중반 몇 차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고, 94년에는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검역소 인원은 94년 2백74명에서 현재 2백45명으로 오히려 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10일 현재 총 26건의 사스 의심 사례가 신고됐으나 역학조사 결과 모두 사스가 아닌 편도선염이나 감기 환자 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8일 대만인 사스 환자와 같은 비행기로 입국했던 승객 1백88명 중 1백82명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무원 20명, 면세점 직원 1천7백명도 이상이 없었다. 이들은 잠복기간(14일)이 끝났다. 외국인 25명 중 22명은 계속 확인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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