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발견된 가방이「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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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슬로=주섭일 특파원】작년 8월「네덜란드」에 도착, 오는 8월말까지「엔스헤데」시에서 지형(지형)사진 연수를 받기로 했던 고상문씨가 1주일 예정으로 관광차「덴마크」「핀란드」「스웨덴」으로 떠난 것은 지난 4월14일이다.
고씨는 여행 중 마지막으로 가방을 남겼다.「오슬로」경찰은 4월16일 밤9시50분 169번 시내「버스」속에서 고씨의 가방을 발견했다.
이 가방은 지난 5월11일까지 경찰보관소에서 임자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경찰은 5월14과 6월11일 2차에 걸쳐 고씨가 연수 중이던「네덜란드」의 국제교육「센터」로 짐을 찾아가도록 통보했으나 주인이 없었다. 경찰은 6월20일 가방을「네덜란드」경찰에 보냈다.
이 가방 속의 우편엽서가 고씨가 남긴 마지막 기록이다. 부인에게 4월15일「스톡홀름」에서 쓴 이 엽서에서 그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스웨덴」이 속속들이 잘사는 나라이며「스
웨덴」의 한인 무역회사 사장과 점심을 같이 했다고 쓰고는 여행을 좀더 계속하다가 돌아간다고 했다.
어째서 가방이「오슬로」시내「버스」에 버려져 있었는가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 고씨가 분실했을 가능성.
이 경우 고씨는「호텔」에서 한국대사관을 물어 찾아갔으나 불행히도「노르웨이」주재 북괴대사관으로 잘못 갔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남한의 개념이 거의 없는「노르웨이」의「호텔」종업원들이 북괴대사관 주소를 적어줄 가능성이 북구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고씨가 계획적으로「버스」속에 가방을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괴공작원일지도 모르는「스웨덴」에서 만났다는 사람의 유혹을 받아「노르웨이」까지 갔다가 함정에 빠지자 흔적을 남기기 위한 비상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스웨덴」주재 한국대사관 조사로는 상사지점장 등 사장급이 고씨를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
한 관계자는 고씨가 소지품을 잃은 후「노르웨이」주재 한국대사관에 여권분실신고를 하러「택시」를 타고 한국대사관으로 가자고
했으나「택시」운전사가 고씨를 잘못 북괴대사관에 안내했으며 북괴공관에 인도된 후 감금되었을 것이라고 납치경위를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으로 보아 고씨가 자진 입북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씨가 마지막으로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오슬로」시내「버스」운전사「구스」씨는 4일 주「노르웨이」한국대사관에 자진출두, 당시 동양인 2, 3명이「버스」에 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가 곧『기억이 안난다』면서 이를 취소했다.
이「버스」노선은 이곳주재 북괴대사관 앞을 지나게 돼있는데 사건당일에는 밤9시15분쯤 북괴대사관 앞을 통과했다고「구스」씨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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