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팩에 넣은 낙지 14시간 지나도 꿈틀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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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주부 한혜원(32)씨는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클릭족’이다. 생필품은 가격이 저렴한 오픈마켓에서 구입하고, 가구나 전자제품도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입한다. 최근에는 해산물도 온라인몰에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클릭 한번으로 산낙지가 식탁에’ 올라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한씨가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주문한 전라도 신안 산지 직배송 낙지는 14시간 후 수원 한씨 집에 배달됐다. 팩(사진) 안에 가득 채워진 산소와 바닷물 덕분에 낙지는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한씨는 “갯벌에서 갓 잡은 낙지를 받은 것 같다”며 “포장 만으로 제품의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온라인 몰의 이색 포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배송 중 파손 위험이 큰 수박은 에어쿠션 완충제 덕분에 안전 배송이 가능해졌다. 박스와 수박 사이에 공기가 주입된 에어백을 채워넣어 수박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충격도 흡수한다. 덕분에 6월 매출이 전년 대비 32% 늘었다.

 잘 깨지는 계란 배송에는 얇은 플라스틱 대신 두툼한 스티로폼 포장인 ‘에그박스’가 등장했다. 스티로폼 박스에 계란 크기의 홈이 하나씩 파여 외부 충격을 완전히 막았다. 또 박스 사이사이 난 작은 틈으로 통풍이 돼 계란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11번가 관계자는 “‘에그박스’로 배송 포장되는 계란은 소비자 배송 만족도가 10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산낙지·전복 등 살아서 꿈틀대는 신선함이 생명인 해산물 포장에는 ‘산소팩’이 활용된다. 비닐팩 안에 정제 처리된 바닷물과 함께 산소를 주입한 ‘산소팩’에 해산물이 담기면 생존확률이 30% 높아진다. 산채로 받아볼 수 있어 낙지와 전복의 6월 전년 대비 매출은 28% 상승했다.

반대로 ‘산소를 차단해야 싱싱한’ 육류에는 ‘가스치환포장’이 등장했다. 기존 진공 포장은 고기 색이 검붉어지고 핏물이 흐른다는 단점이 있었다. 새 포장은 산소를 뺀 자리에 질소 등 불활성가스를 주입했다. 이렇게 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부패를 지연시키고 선홍빛 고기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배송된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가스 치환 포장’ 덕에 돼지고기와 한우의 매출은 작년보다 200% 급상승했다. 이같은 이색 포장 열풍에 대해 김준강 11번가 식품 MD는 “현재 포장 기술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온라인 몰 신선식품 배송이 대중화 될수록 점점 진화한 포장 기술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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