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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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0.006」과「0.053」.
이 수자는 우리나라 현미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은의 하유량(PPM)이다. 적은 숫자는 정부당국
의 조사치며 큰 수자는 한국원자력연구소「팀」의 것이다. 어느 것이 진상에 가까운 수치인지는
쉽게 다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조사치가 정부당국의 그것보다 8.8배나 무거운 것은 숨길 수 없다.
문제는 그다음의 결론이다. 당국은 전국농경지와 쌀(현미)에서 검출한 각종 유기염소제의 평균
치를 산출하고 그것이 일본의 평균치에 비해 10분의1내지 25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사
실이 그렇다면 쾌재라도 부를 일이다.
당국은 이같은 수치의 차이가 조사지역의 선정이 다른데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또한 유기수은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 77년도를 고비로 그전과 후의 차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잔류성농약의 경우 그것이 깨끗이 씻기는 일은 영원히 없거나 적어도 3년, 길게는 30년까지 걸
린다고 한다.
조사지역의 선정도 그렇다.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특정지역을 제외한 것이나 그 지역의 농
산물을 제쳐놓은 것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공해문제에 관한한 단순한 산술적계산방식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가령 A와B의 평균치는
C다. 「A」가「치명적인 수자」라면 그「A」를 묵살한 평균치「C」는「생명보호」의 견지에선
의미가 없다.
한 유명대학 공해연구소「팀」이 77년말까지 「한국인 장기의 중금속함유량」을 조사한 일도
있었다. 이때 나타난 결과는 일본인보다도 오히려 축적량이 많았다.
이미 우리주변에서 발생한 괴질환자들은 아직 하나의 의혹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봄 전남담양
군의 고은석씨 일가의「이상한병」도 있었다. 이때 학계는 수은중독으로, 당국은「그것이 아니
라」는 견해로 엇갈렸었다. 최근 울산지역의 가려움증도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는 의견의 「차이」에 있지는 않다. 그 보다는 어떤 사태를 관찰하고 판단하는「자세」에
있다. 차라리 위험이나 위기를 예고하는 입장에서 경고를 발하는것이 생명보호의 견지에선 더 도
덕적일것도같다.
원래 어떤통계나 조사수치는 그자체보다는 그것에 기초한 정책의 수립에 뜻이있다. 공해문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문제는「무사안일」에 안주하는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위
선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했을때는 이미 늦다.
당국은 수자에 집착하지 말고 대국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책수립에 좀더 대담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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