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헌안|윤형중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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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몸은 갔지만 두 눈은 남아 의롭고 거룩한 빛을 남겼다.
언론창달과 복음전파에 힘쓰다 76세로 15일 상오 영면한 윤형중 신부(사진)는 두 눈을 서울명동 성모병원 안구은행에 기증, 두 실명자가 새 삶의 광명을 찾았다.
윤 신부의 눈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된 사람은 윤석원씨(37·상업·대전시문창1동39의27)와 전북대 대학원장 장현규씨(59·농업경제학전공·김제군김제읍옥산리681) .
성모병원 안과과장 이상욱 박사와 안과교수 김재호 박사「팀」은 15일 하오6시와 16일 낮1시 두 차례 각 1시간 동안 윤씨의 왼쪽 눈과 장 교수의 오른쪽 눈에 윤 신부의 눈으로 각막이식수술을 집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윤 신부는 67년4월12일 성모병원부설 안구은행이 개설되자 『눈의 기증은 죽은 사람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의롭고 고귀한 빛을 주는 길』이라며 제1호로 헌안했었다.
성모병원 측은 윤 신부가 15일 상오8시20분 별세하자 그의 뜻에 따라 두 눈을 빼내 각막이식수술에 들어간 것.
광명을 찾은 윤씨는 69년 식중독증세를 치료하면서 약을 잘못 사용, 「스티븐·존슨」씨 병이란 악성병에 걸려 10년 동안 앓다 왼쪽 눈이 실명됐다.
또 5년전 각막「헬페스」란 난치병에 걸려 왼쪽 눈의 시력이 급격히 약화된 장 교수는 수술등록실에 들어갈 때까지 눈의 기증자를 알지 못했다가 담당의사로부터 윤 신부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감격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성모병원 안구은행에 눈을 기증한 사람은 16일 현재 7백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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