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과학 전문지|「과학화 운동」에 붙여 송상필 <성대교수 ·과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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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월10일 대전대회를 기점으로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6년 만에 다시 불붙여진 이 운동은 지식층의 참여도 나 대중의 반응에 있어 반세기전 일제치하에서 거족적으로 일어났던 과학보급운동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에는 『신발명』·『백두산』등 대중과학기술지가 여러 층 있었고 『과학조선』은 해방까지 12년이라는 장수를 누렸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중학생 상대의 『학생과학』 및 몇 기관지 빼놓고는 단 하나의 과학전문지도 갖지 못 한 한심한 현실에 있다.
자유중국과 홍콩에도 과학지가 활발하고 중공에서는 일간지를 과학지로 바꾸는 판국에 과학입국을 외치는 한국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해방 후 나온 과학지들은 모두 단명으로 끝났고, 1964년 약관 20대의 남궁호씨가 창간한 『과학세기』 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다만 그가 대선 낸 『학생과학』 이 적자를 무릅쓰고 꾸준히 나와 지령162호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뜻 있는 이들의 안타까운 노력이 좌절을 거듭한 끝에 최근 몇 군데서 과 학지 발간이 구체화되고 있음은 기쁜 일이다.
작년에 전파과학사와 과학재단이 각각 추진하다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한국판은 과학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그 내용은 대학원생이나 이해할 높은 수준이다. 이보다 더 급한 것은 영국의 『뉴·사이언티스트』 비슷한 대학생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대중과학지다.
그것은 세계과학의 동향을 알리고 첨단 과학기술을 해설하며 과학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종합지여야 할 것이다.
언론계 일각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일간지발행을 추진중이라고 하는데 과학신문은 국내의 과학계 소식을 신속히 보드해서 과학기술자·행정가·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퍽 고무적이다.
『사이언스』 (미), 『네이처』 (영) 볼 때 사상·정책· 교육 문제를 많이 다루면 금상첨화리라.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미니」생활 과학지를 만들어 대량 보급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 만하다. 욕심을 부리자면 과학의 인간적 사회적 측면을 밝혀 인문·사회과학과 다리를 놓을 격조 높은 계간지도 있
었으면 좋겠다. 『원자과학자보』(미), 『과학사회학』(영), 『미네르바』(영), 『과학의 사회에의 』(유네스코) 등은 좋은 보기다.
광고나 판로가 반드시 비관적인 것은 아니나 과학지가 단기간에 채산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팔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므로 과학지는 기업의 문화재단이나 큰 신문사에서 희생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과학보급진흥기금을 만들어 민간에서 이런 일을 하도록 고무할 수 있다.
과기처는 『과학과 기술』(과총), 『과학시대』 (과진재단)의 유가지 전환을 권유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예산을 대폭 늘리고 전문가들에게 맡기지 않는 한 실패할 것은 뻔하다.
끝으로 자격 있는 과학기자의 확보는 가장 큰 과제다 과학기자와 과학 기술인 들을 육성, 지원하는 획기적인 방책이 강구되어야 할 줄 안다.
과학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과학학 (과학자· 과학철학· 과학사회학 등)의 지식이 필수다.
따라서 대학에 과학학과를 서둘러 설치하는 것이 긴 눈으로 볼 때 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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