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 이래서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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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4년 석유위기가 수습된 이래 엄살처럼 예고되어 오던 석유공황이 또 한 차례 휘몰아칠 조짐으로 세계경제에 불황예보가 내려졌다. 74년의 위기는 4차 중동전을 계기로 「아랍」산유국의 석유금수 조치에 따른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위기가 갑작스러웠던 만큼 금수조치가 해제되면서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됐다. 그러나 이번 석유소동은 갑작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했던「이란」사태를 기폭으로 하여 그전후의 정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최근 미국「캘리포니아」주 주유소 앞의 기다란 자동차 행렬이 빚은 석유소동은 「심리적인 공황」상태를 파급시켜 원유현물시장의 투기를 불러일으켜 혼란을 몰아오고 있다. 이 석유공황예보가 닥친 경위가 어떤 것인지 간추려 본다. <외신부>

<이란사태>
「이란」사태는 산유량의 대폭감소를 가져온 것은 물론 그 여파가 인접 산유국으로 번져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하루 5백만「배럴」이 넘던 수출이 혁명와중에서 하루아침에 중단돼 공급부족현상을 가져왔다. 지난 4월께부터 수출이 재개되기 시작했으나 종전의 반이 좀 넘는 하루4백만「배럴」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친미적이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각 산유국에 미친 심리적인 영향이 석유증산을 주저하게 하고있다.
「아랍」산유국은 거의 군주제거나 토후국으로서 반봉건국가인데 「이란」의 석유수입을 주로한 급속한 사회개발이 사회적 긴장을 불러 결국 집권층을 몰아냈다는 사실이 큰 불안을 주고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강경선회>
「사우디아라비아」는 73년 「에너지」파동이래 석유시장의 공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다른 산유국들의 압력을 물리치고 고군분투하다시피 해왔다. 다른 산유국이 감산하면 그 만큼 증산하면서 가격인상의 요인을 제거했던 것이다.
하루평균 8백50만「배럴」을 생산하던 「사우디」는 연초 「이란」위기가 절경에 달했을 때 산유량을 1천50만「배럴」까지 늘려 파국을 막았다. 그러나 현재의 산유량은 다시 8백50만「배럴」 수준으로 못박고 증산은 고사하고 오히려 석유를 정치무기화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사우디」가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왕정의 몰락을 수수방관했다는데서 미국의 신뢰에 회의감을 갖게됐고 「아랍」의 권익을 도외시한 중동평화조약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해 왔다. 이에 따라「사우디」에 언제 「이란」과 같은 불똥이 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따라 집권왕실 내부에 보수적인 민족주의 세력이 커지면서 「야마니」 석유상 등 친미세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 협조적이던 입장을 바꾸어 산유량의 증가를 거부하여 공급시강에 부족상태를 몰고 오게 됐다.

<산유국의 감산>
지난해 세계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6천34만「배럴」로 금년 생산추정량 6천9만「배럴」은 0.6% 정도의 감소.
그러나 소비량은 늘어나 현재 전체적으로 보아 3∼5%의 공급부족현상을 빚고있다. 산유국이 감산하고 있는 것은▲「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 불만에 따른 「아랍」산유국의 정치적 이유▲국내석유자원 보존을 위한 경제적 이유▲「메이저」의 폭리에 대한 산유국의 반발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히 산유국들은 석유현물시장가격(「스포트」가격)이 30「달러」선을 넘는 고가격이므로 굳이 증산하거나 장기공급계약들 맺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메이저」의 조작>
국제석유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산유국의 공급감축·가격인상이 진행되면 될수륵「메이저」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73년의 석유위기 때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미국계 「메이저」의 금년 1∼3월의 순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평균 5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l∼3월의 세계석유시장이 「이란」사태로 공급부족현상으로 호된 홍역을 치렀던데 비해 「메이저」만이 호황을 누린 것이다. 「메이저」는 산유국이 생산을 줄이면 겉으로는 걱정하는 둣 하지만 뒤에서는 다시 소비국에 대한 공급과 가격조작을 통해 폭리를 취해왔다. 「메이저」의 폭리는 소비국 뿐 아니라 산유국의 반발을 사 산유국들은 「메이저」의 폭리를 흡수한다는 이유로 산유국감축과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그러면 「메이저」는 이를 이용, 다시 폭리를 한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각국의 비축경쟁>
세계전체로 보면 석유부족량은 3∼5%이므로 영향도 이 정도로 그쳐야 하겠지만 지역적으로 보면 나라에 따라 재고가 넉넉한 곳도 있고 모자라는 곳도 있다. 석유가 모자라는 나라는 아무리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석유를 사들여야 하고 또 석유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은 뻔하니까 부유한 나라가 많은 양을 사재게 마련이다.
특히 미국에서 휘발유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나서 미국석유회사들을 선두로 「스포트」시장에 투기의 불이 붙었다. 결국 공급부족-고가격-공급부족의 심리적 불안-고가격의 악순환 속에 빠져든 것이다. 비산유국의 소비량은 73년 이후 5%정도 줄어들고 있으나 비축용 수입이 늘어 78년에는 미국의 경우 8%, 일본 5.3%, 서독 2.7%, 「프랑스」2·2%씩 늘어났다.

<소비국 대책부족>
세계 석유공급량의 30%이상을 소비하는 미국에 가장 큰 책임이 돌아가야 할것 같다. 미국 유류 소비의 50%가 자동차용연료인 휘발유인데 미국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낭비」라고 할 정도로 물쓰듯 휘발유를 소비하고있다.
휘발유가격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1「갤런」당 75「센트」인데 영국은 1.60「달러」, 서독이 2.05「달러」,「프랑스」는 2.50「달러」씩 하고있다. 게다가 미국정부는 여름에 연료용 유류를 절약하고 겨울의 난방용 유류나 산업용 유류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법안과 휘발유배급법안을 입법화하려 했으나 당장의 불편을 참지 못한 국민과 미국석유회사를 중심으로 한 「로비이스트」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미국국민은 조삼모사의 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조사모삼으로 만족하려다 화를 자초한 셈이다. 이에 비해 다른 서구 소비국들은 73년 석유파동이래 조직적으로 대비해와 「프랑스」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난방용 유류소비를 평균 15%씩 줄여왔으며 이에 따라 석유수입량이 73년이래 하루 2백만「배럴」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에 비해 미국의 석유수입량은 매년 20∼45%씩 증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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