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듣는 친구의 귀가되어 3년…-모범학생 선행상 받은 석화숙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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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너무 안타까왔어요.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혜연이를 처음 봤을 때 제가 도울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중학3년 때부터 귀가 멀고 말을 못하는 친구 윤혜연양(21·서울 은광여고 3년)과 놀아주고 가르쳐준 석화숙양(18·은광여고 3년)의 말이다.
문교부 제정 제2회 모범학생표창 선행상을 받은 석양은 윤양의 밀린 「노트」필기를 밤새 해주다 코피를 흘리기까지 하며 절망에 빠진 친구를 격려해 주었다.
석양이 윤양을 사귄 것은 3년전인 서울 창덕여중 3학년 때.
3학년 반 편성이 막 끝난 뒤 석양의 눈에 교실 한쪽 구석에서 울고있는 윤양의 모습이 보였다.
4살때 장「티푸스」를 앓아 고막이 터지면서 9살때부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된 윤양이 평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잘 돌봐주던 2학년 담임 선생과 헤어진 것이 슬퍼 운다는 사실을 석양은 알았다. 그래서 석양은 윤양의 짝이 되기를 자원했다.
윤양은 14살때 서울 마포 한국 구화학교에 입학, 1년6개월만에 국민학교 과정을 마치고 16살때 창덕여중에 들어왔던 것.
석양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윤양의 짝이 되어 윤양을 보살펴왔다.
말하는 입모습을 보고 겨우 말귀를 알아듣는 윤양을 위해 시간마다 강의내용을 입을 움직여 알려주고「노트」필기를 해줬다.
열등의식 때문에 쉬는 시간이면 항상 한쪽 구석에 우두커니 서있는 윤양에게 쉴새없이 조잘거리며 입 모양으로 말귀를 알아듣게 해주었다.
칠판에 적힌 글이 아니면 강의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윤양을 위해 언제나「노트」 필기는 같은 것을 2벌씩 했다
석양의 이 같은 노력으로 윤양은 이제 수화(수화)를 전혀 안 쓰고도 석양의 말을 이해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입 모양으로 80%쯤 알 수 있게 됐다.
또 발음은 시원치 않지만 불편하나마 말도 한다.
윤양은 이 모두가 석양의 덕택이라고 했다. 석양은 지금도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윤양을 돕고있다.
해외 건설 현장에 나간 아버지 석명신씨(47)와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떨어져 사는 석양은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까지 하고있다.
동생 둘을 보살피고 빨래·밥짓기로 어머니를 돕고 신문배달까지 해가며 가계를 돕고있다.
석양의 장래 희망은 교사.
교육대학에 진학하여 불우한 어린이를 돕고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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