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역시 키다리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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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평면농구로 입체농구를 꺾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아깝게 반 골차로 역전패한 일본의 오자끼(미기)감독은 장신화가 시급하다고 담담히 말한다.
일본-캐나다의 격전은 단신으로서도 장신에 맞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한판승부였다.
평균신장이 8㎝나 뒤지는 일본은 수비에다 승부를 걸었다.
일본은 수비에서 우선 올·코트·프레싱을 구사하다 이것이 뚫리면 재빨리 중앙선부터 적극 대인방어와 지역방어를 겸용, 캐나다의 공격리듬은 물론 팀웍마저 흔들어 놓았다.
캐나다는 키가 작은 일본의 대인방어를 머리 위의 패스보다도 지나치게 드리블로 뚫고 나가려다 에러와 인터셉트를 당하는 등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리바운드에서 25-14로 앞선 캐나다는 실책은 8개가 많은 23개를 범했으며 인터셉트도 2개가 적은 5개만 기록하는 등 팀·플레이가 난조를 이루었다. 일본은 수비를 위주로 한 평면농구로 리바운드 등에서 우세한 입체농구의 캐나다와 맞서 작전에선 승리했으나 승부에서 패하고 만 것이다.
『일본의 방어벽이 의외로 견고했다. 고무줄같이 달라붙는 일본수비에 팀웍이 난조를 일으켜 고전한 것이다. 마지막 8초를 남겨놓고 일본수비가 중앙에 치우친 것으로 알고 사이드·라인 공격을 지시한 것이 주효했다.』
캐나다의 매크리 코치는 일본수비를 칭찬하면서 라커룸에서 격전의 긴장이 풀린지 일어날줄 모른다.
오자끼 감독은 일본배구의 다이마쓰(대송) 감독과 비유되는 지장.
그는 수비 하나로 지난75년 제7회 콜롬비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준우승시켜 세계농구계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 60년대 니찌보히라노·팀 감독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져있는데 현재는 유니티카 감독이자 여자선수강화훈련 위원장이다. 결국 일본의 수비농구는 세계정상에 도전하는 한국농구에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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