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 학생 "평범한 18세로 대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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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8시36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문. 도착한 버스 네 대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내렸다. 이날 세월호 사고 70일 만에 다시 등교를 시작한 생존 학생 72명이었다. 구조된 전체 75명 중 미리 등교했던 3명도 교실에 있다가 교문으로 나왔다. 학생들은 교복 차림에 손목에는 ‘REMEMBER 0416’이라 새겨진 노란 팔찌를 찼다. 세월호 사고가 난 날(4월 16일)을 잊지 말자는 뜻이었다.

 교문 안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왼편에 한 줄로 섰다. 오른쪽에는 희생된 학생들의 학부모 50여 명이 한 줄로 섰다. 학생들이 “희생된 친구의 엄마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나온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고맙다’ ‘사랑한다. 힘내라’ ‘애들아 엄마들이 응원할게’ 등이 적힌 노란 손수건과 팻말 등을 들고 있었다.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가 성명서를 읽었다. “아이들을 평범한 학생처럼 대해 달라. 다른 아이들보다 더 웃고 더 울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학생들이 함께 쓴 편지를 대표 남학생이 낭독했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이젠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평범한 18세 소년·소녀로 대해 주세요.” 울먹이며 편지를 읽어내려 가던 학생은 결국 마지막 세 줄을 읽지 못했다. “2014년 4월 16일, 잊지 말아 주세요” 등 남은 문장은 한 아버지가 대신 읽었다. 학생들은 희생된 친구의 부모들에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고 교실로 향했다. 희생 학생 학부모들은 이들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한 어머니는 학생을 꼭 껴안고 있더니 오열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학생들은 오전에 원래 공부하던 교실에서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편지도 썼다. 4교시부터 가사실 등 특별활동 공간을 리모델링한 교실로 옮겼다. 앞으로는 여기서 공부하게 된다. 오후에는 새로 반장을 뽑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지 의견을 나눴다.

 오후 3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로 떠들썩하게 얘기 나누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부는 데리러 온 부모의 차량에 올랐다. 단원고 전광수 교감은 “아이들이 큰 무리 없이 6교시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한 생존 학생의 아버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심스러워 그저 어땠느냐고만 물었더니 ‘괜찮은 것 같다’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6일부터는 정상적인 수업을 받게 된다.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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