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전권 위임한 게 화근"|한국 11개 보험회사가 런던보험대행업자에 사기 당한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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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런던=장두성 특파원】한국의 11개 보험회사가「런던」의 보험대행업자「채핀·레어드」(「월드」보험대행사대표)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이미 수년 전부터「런던」보험시장에서 널리 알려진「스캔들」이었다.
「런던」보험업계에 나돈 풍문은 ▲한국보험회사들이 미숙했거나 졸속했기 때문에 평판이 좋지 않고 역사가 짧은 대행업체에 장기 전권위임장을 주어 모든 보험수재(수재)업무를 대행케 했고 ▲이 대행업체는 이 전권위임장을 악용해서「커미션」만을 노리고 보험시장에서 인기가 없고 보험 부담률이 높은 보험들을 한국회사들에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었으며 ▲그 결과 한국보험회사들이 통상수준 이상의 보험금을 부담하게 되고 이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미숙하다는 인장을 풍기게 되지 않았느냐는 동정어린 이야기들이었다.
그와 같은 견해에 대해현지의 한국보험업계실무자들은 강력히 부정하면서도 다음 두 가지 사실은 시인하고 있다.
즉 한국회사들이「월드」보험대행사와 체결한 계약은 ⓛ대행사가 일단 선정해서 계약하는 보험물건은 취사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인수하도록 전권(바인딩·오도리티)을 위임하고 있고 ②1년을 만기로 해서 대행업자의 l년간 실적에 따라 계약을 경신, 또는 취소할 수 있는 관례적. 조항을 넣지 않고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년마다 경신하는 계약시한은 대행업자의 행동을 감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 기간이 5년으로 된 것은 분명 실수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조항이 없기 때문에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대행업자가 보내는 보험물건은 아무리 보험부담이 커도 계속 받아야 했다.
그래서 그 동안 발생한 보험금 첨부 액이 4천만「달러」에 달하게 되었다는 게「월드」대행사와 관계를 맺었던 보험업자들의 설명이다.
이 액수는「월드」대행사의 전체부담액인대 이중3분의1이 낭 회 몫이고 3분의2만이 한국회사의 몫이며 한국 몫 중의 80%는 외국보험회사에 재보험으로 분산되었고 나머지 20%중에서도 상당 부분이 다시 재 재보험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재 한국의 11개 사가 부담할 보험금은 3백20만「달러」내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월드」대행사의 공신력에 대한 한국회사들의 맹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월드」대행사에 의혹이 가기 시작 한 것은「런던」시장의 풍문 외에도 한국의 보험희사에 날아오기 시작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청구서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 청구서는「월드」대행사에 보내져야 되는 것인데 한국보험회사에 오게 된 것은「월드」보험회사가 이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월드」대행사는 계약 일로부터 3년 동안의 모든 보험료를 예치해 놓고 청구가 있을 때마다 지불하도록 돼 있는 그들의 임무를 태만히 했을까?
또 5년 계약 만료기간이 80년 말인데 지금까지 해약(해약)을 거부해 오다가 지난10월 해약 허용한 것은 어째서일까? 또 해약한 뒤 이 회사는 왜 자진해서 문을 닫았을까? 이런 의문에서 당연히 제기되는 제2의 의문은「월드」대행사가 보험료를 받아 넣고 보험금청구는 지불하지 않은 채 예치금을 유용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만약 이 의문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분명히 사기사건이며 ▲당사자인「채핀·레어드」의 도주가능성 ▲관계서류의 훼손 가능성이 당 장의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한국회사들은「인스·앤드·컴퍼니」라는 보험전문법률사무소를 통해 관계서류인수를 교섭중인데 서류가 인수되는 대로 이를 검토해서「월드」대행사의 비위여부를 밝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촉박한 것 같다. 만약「월든」사의 비위가 사실이라면 한국회사가 보장해야 되는 손해 액은 현지실무자가 추산하는 것의 수십 배가될지도 모르며 이 때문에 한국 보험회사들이 국제시장에서 당할 채면 손상은 그보다 수백 배 더 클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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