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 칼럼] 멀티플레이어 브랜드 키워 교육시장 다변화 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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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특히 축구 중계를 즐겨 본다. 지금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인데 세계 톱 클래스 축구의 전략과 전술을 보면서 경영, 특히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축구의 기본 특징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축구 선수는 크게 공격수·수비수·미드필더로 구분이 된다. 여러 구성원 중에는 특출한 선수들이 존재하지만 축구는 결국 여러 선수들이 제 몫을 얼마나 잘 하고 또 선수들 간의 협력이 잘 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브랜드 관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로 한 기업은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아무리 효자 브랜드가 있어도 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 경영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향후 성장성 또는 이미지 상징성을 위한 다양한 역할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근대 축구의 또 다른 특징은 선수들이 멀티플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와 스페인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2002년 한국팀이 표방한 ‘토털사커’가 바로 이런 철학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선수들이 원래 맡은 위치에 관계 없이 상황 또는 상대 팀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공격수도 종종 수비에 가담해야 하고 수비수도 필요에 따라 공격수로 변신해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브랜드들을 경직되지 않고 보다 유연한 생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 교육시장은 자주 바뀌는 정부 정책 또는 소비자들의 교육 유행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특정 브랜드들을 너무 제한된 대상과 용도로 사용한다면 시장이 변할 때 그 브랜드들의 위력이 떨어지게 된다. 처음부터 브랜드들의 운신의 폭을 넓게 잡는다면 시장이 옮겨갈 때 브랜드들도 작은 조정으로 계속 사용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브랜드 설계를 ‘Flexible Fit’의 약자인 2F전략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유연한 연관성을 뜻한다. 연관성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특징을 말하고 유연함은 상황 또는 미래를 위해 변화를 불사하는 부분이다. 좋은 브랜드일수록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연상과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성과가 안 좋다고 브랜드 자산의 원동력 전체를 다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업은 주요 흐름을 완전히 간과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놓이게 된다. 이 가운데 기업은 장점들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 활성화를 시도해야 한다. 축구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선수 교체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과 유사하다. 때로는 평소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가 투입돼 다른 선수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듯이 작고 실험적인 브랜드 시도가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요즘 많은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또는 SNS 노력이 바로 적은 투자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스포츠보다 훨씬 복잡한 환경에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경영과제가 복잡할수록 기업은 근원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어렵다고 여기는 브랜드 관리,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에서 그 숨은 인사이트를 얻자.

  장대련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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