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교원와 원서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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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가 21일 열린 전국대학총·학장회의에서 사립대학의 교수확보와 원서구입비 책정을 지시했다는 것은 만시지탄은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대학이 부족한 교수와 도서를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마치 총탄없이 전장에 나가거나 기척없이 공양을 운행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문교부는 현재 법정기준의 52%인 교수확보율을 55%까지 높이고, 1년에 최소한 학생1인당 5천원씩의 도서를 구입해서 확보토록 지시했다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원서문제만 해도 70년1월에 발행한 대학시설년도별 보충기준령에는 73년말까지 모든 대학이 법정기준의 강서시설을 완비토록 되어있다.
이 기준령의 제정정신은 대학의 재정형편을 충분히 그려, 한꺼번에 부족시설을 보충토록 하지않고 교합·교지·체육장·원서등으로 나눠 보완토륵 여유를 줌으로써 실효를 거두자는 것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각대학은 74년말까지 모든 시설을 1백% 기준에 맞도록 계획을 세워 문교부에 시설보충계획서까지 제출했던 것인데 마감연도가 4년이상 지난 현재까지 이같은 문제가 재론되고 있다면 그런 기준령은 이미 사문화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현재 각대학은 형식적인 원서관건물만 지어 놓았을뿐 1인당 30권, 학과당 5천권, 5종이상의 학술잡지등을 구비케한 대학설치 기준령에 미달할뿐더러 더욱이 학생정원의 15%이상을수용할 수 있는 좌석을 가진 대학원서관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적어도 대학도서관이라 한다면 각전문학술분야의 학회지등 국내외정기간행물이 고루 갖추어져야 함은 물론, 심지어 적성국가의 문헌까지도 볼 수있어야 한다. 일취월장하는 과학발전의 추세에도 아랑곳 없고, 날로 축적되어가는 각종 정보자료의 홍수에도 아랑곳없는 대학도서관을 그대로 두고서 어찌 그것을 우리나라의 학문의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뜻에서대학의 도서시설 확보와 그 확충계획에는 거국적인 관심과 지원이 없어서는 안되겠다.
다음으로 부족교수의 충원문제도 결코 한낱 행정지시만으로 해결키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수의 부족현상은 최근들어 갑자기 늘어난 대학정원에 교수충원이 뒤따르지 못하는데서 심화하는 경향이지만, 이것 역시 대학원교육의 불충실과 대학설립 인가후의 누적된 감서소흘에서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학설치기준령에는 대학이 설립되려면 초년도에 필요한 교원만을 확보하면 인가되도록 되어있고, 설립 이후에는 학생대가분만큼 교수를 충원토록 되어 있으나 이 과정에서 감독을 제대로 안함으로써 대학교육을 오늘과 같은 지경으로 몰고온 것이다.
특히 국립대학조차 원서와 교수가 기준에 미달한다는것은어불성설이다.
법령 이행에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할 국립대학이 원서는 사립대학수준과 비슷하고, 교원도 60%밖에 확보하지 못한 마당에 사립대학에 대해 강력한 지시와 함께 입학정원감축등 엄포를 놓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여하튼 이번총·학장회의를 계기로 사립대학은 물론 모든 교육관계자들이 지난날을 자생하고 좀더 충실한 교육환경조성에 분발할 것을 촉구하면서 현행 교육관계법의 법규정을 준수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법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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