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개편 연내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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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9월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편안을 결론짓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일본의 주장에 7일(현지시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엔 전체 예산의 22%를 떠맡고 있는 미국이 반대하면 유엔에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한국과 함께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반대하는 중국도 미국편을 들고 나섰다.

다수의 유엔 외교관들은 안보리 개편안을 회원국 전체의 합의로 채택할 경우 9월은 물론 연내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륙별.국가별 이해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처럼 안보리 가입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때는 없었다며 연내 관철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시한 설정은 안돼"=미 국무부의 시린 타히르 켈리 유엔개혁 담당 특보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인위적인 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범위한 합의에 바탕을 두고 일을 진척시켜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6일 "기한을 정해 안보리 개편문제를 표결에 부치는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켈리 특보는 또 "안보리가 지금보다 효율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개선된다면 그 개편안에 찬성하겠다"며 "앞으로 안보리 개혁과 관련된 모든 제안은 효율성이란 잣대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효율성'을 강조한 대목에 대해 유엔 주변에서는 상임이사국 확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브라질이나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할 경우 안보리의 의사결정이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곤란해진 아난 총장과 일본=아난 총장은 지난달 하순 두 가지의 안보리 개편안을 제시하면서 회원국 간 원만한 합의가 가장 좋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 9월 특별정상회담 이전에 표결을 통해서라도 안보리 개편안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의 오시마 겐조(大島賢三) 유엔 대사도 7일 총회 연설을 통해 "10년 이상 끌어온 안보리 개편안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된다"며 아난 총장의 9월 시한안을 적극 지지했다.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6개의 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A안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 시한에 맞춰 첫 단계로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증설할 상임이사국 숫자(6)와 지역별 배분(아시아.아프리카 각 2개, 미주.유럽 각 1개)만 명시한 결의안을 9월 유엔 총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은 경제지원을 앞세워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표를 공략하면 안보리 진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아난 사무총장은 7일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한국.중국과 대화할 것을 일본 측에 권고했다. 그는 이날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문제는 당사국들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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