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 8년만에|어엿한 음식점 주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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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광희동 곽수채씨>
주린 배를 국수로 달래며 구두를 닦던 한 소년이 각고8년만에 아담한 음식점과 식품점의 주인으로 성장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곽수채씨(26·중구 광희동109). 71년 가을부터 을지로6가 황금정 앞에서 구두를 닦아온 그는 지난해 12월 식품점「숲속상회」(중구 광희1동·삼오정 건너편)를 차린 데 이어 12일에는 식품점 바로 옆에 음식점「바위」를 개점했다.
2평 남짓한 식품점을 여는데는 4백만 원이 들었고,「테이블」12개에 좌석 48석의 음식점을 차리는데는 8백만 원이 들었다.
충남 금산이 고향인 곽씨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60)밑에서 의붓 형 이영철씨(35·주물공장경영)과 동생 수해군(20)과 함께 어렵게 자랐다.
68년 15세 때 일가족이 상경, 동대문 마장 철로변 무허가 판자 집단간 방을 3만원에 세 들었다.
그때 형 영철씨는 주물공장 공원으로, 어머니는 「리어카」를 끌며 행상을 했고 자신도「아이스크림」·우산장사·노점상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다가 3년 뒤인 71년에는 자신이 끌던「리어카」를 처분, 구두닦이를 시작했다.75년 여름 삼오정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벌이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다리를 저는 동생 수해군 외에 구두닦이 3명을 더 고용했다.
월수입은 60만원 중고용 구두닦이들의 월급과 생활비룰 뺀 순 수입은 30만원. 주린 배를 라면과 우동으로 달래며 번 돈은 꼬박꼬박 은행에 예금했다.
곽씨는 삼오정 부근이 목이 좋아 인근 음식점지고. 장사에 실패한 예가 없는 점에 착안, 일천 만원이든 예금통장을 손에 쥐자 구두 닦는 일은 동생에게 맡기고 식품점과 음식점을 개점했다.
그러면서도 밤에는 학교에 나가 지난3일에는 해동전수학교를 3년만에 졸업했다.
곽씨는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지난해12월16, 17일 이틀동안「제1회 중부경찰서관내 가두직업소년 사은연극제」를 주선하기도 했었다.
또 이리 역 폭발사고 때는 성금5만원을 이재민들에게 전하기까지 했다.
곽씨는 자기처럼『불우한 소년들을 돕는 것』이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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