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 대학생「그룹·사운드」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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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가요계에는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는 대학생「그룹·사운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져 가요계에 신선한 활력을 주고 있다. 대학생들로만 구성된 이들의 노래는 상업대중가요와의 경쟁에서도 인기상위를 차지, 기성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에 자극 받아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기존「그룹·사운드」들로 구성원을 재정비, 새로운 활동을 서두르고 있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그룹」들은『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의「런·웨이」(항공대·4인조) ,『구름과 나』의「블랙·테트라」(홍익대·5인조)『그대로 그렇게』의「페버스」(각 대학혼성·5인조),『바람과 구름』의「장남들」(각 대학혼성·5인조),『내 단 하나의 소원』의 「블루·드레곤」(중앙대·5인조),『그대 있는 곳까지』의「상투스」(남녀혼성·5인조),『날개』의「고인돌」(고려대·9인조),『밀려오는 파도 소리에』의「썰물」(부산대·7인조) 등 10여개「팀」이다.
「보컬·그룹」하면 과거의 경우처럼 긴 더벅머리에 낡은 청바지를 입고 찢어지는 노래라는 인상을 주기 마련. 그러나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대학생「그룹」들은 단정한 복장에 밝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룹·사운드」의 대명사처럼 알려진「하드·록」이나「사이키델릭」등이 사라지고 합께 응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부드러운「발라드」풍을 업고 나온 것이다. 이들이 발표하여 크게「히트」되고 있는 노래는 이런 류의 노래들이다.
대학가의 가수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었다. 그들은 대부분 통「기타」로 반주하는「솔로 가수들. 그러나 가요계 전반에 불어닥친「포크·송」의 퇴조와 함께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대학생「그룹·사운드」들이 전성기를 되찾은 것은 지난해 7월과 9월에 개최,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던 TBC「라디오」의 「해변가요제」와「MBC대학가요제」가 큰 몫을 했다.
여기에다가 지난해부터 일어난 연예계의 퇴폐풍조 추방이란 사회적 배경이 큰 요인으로 작용해 이들의 인기는 기성가수들을 몰아낼 만큼 큰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노래의 특징과 매력은 ①「아마추어 의 신선한 분위기와 건전한 내용 ②모두가 자작 곡이며 ③상업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뚜렷한 개성 ④우리 고유의 가락과 가사를 담으려는 노력 ⑥음악전공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점등이다.
이들 노래의 보급을 더욱 가속시킨 것이 각 방송국들. 이들이 모두 방송국들의 행사를 통해「데뷔」했고, 또 이들의 노래가 상업성을 띠지 않아 부담 없이 방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감각이 비슷하고 이들의 노래에 쉽게 동감할 수 있는 대학생 층의 반응이 대단해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인기가 대단하고「디스크」의 판매량이 부쩍 높아지자「레코드」사들로부터의 관심도 대단하다. 대학생「그룹·사운드」로 출발, 상업가수로도 성공한 대표적인「케이스」 가 현재「보컬·그룹」인「산울림」. 2명은 아직도 대학(서울대·고려대)에 재학중 이긴 하지만 상업가수로서의 이들의 인기는 여전히「톱·클라스」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의 한 「팀」은 2백만원에 모「레코드」사에 전속됐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레코드」회사들의 관심과는 달리 대부분의「그룹」들은 활동의 폭을 넓히기를 꺼리고있다.
「페버스」의「멤버」정원찬군 (연세대) 은『우리는 음악을 즐기기 위해 노래하는 것 뿐이며 기념으로「디스크」는 내되 전속계약이나 상업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학업에 열중, 전공을 살릴 것이라고 했다.
TBC「라디오」이영호「프로듀서」는『대학생「그룹」들은 전기「기타」의 절묘한「사운드」의 매력은 부족하지만 젊은이들의 순수한 감각을 잘 표현하고 있어 이들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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