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통화 연평균 39%증가|한국인은 현금을 좋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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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물경제의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화폐경제는 현금선호경향이 높은 후진적인 금융구조로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한편 통화증가압력이 물가상승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선진경제일수록 낮은 추세를 보이는 현금통화비율(대예금통화)이 지난해 50.3%로 67년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며 현금통화증가율은 76년이후 연평균 39.1%의 높은 증가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따라 신용경제의 선진도를 나타내는 예금통화비율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현금통화비율은 ▲미국24.6% ▲일본22.9% ▲대만 36.9% ▲「필리핀」46.8%(이상 76년 수치)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것이다. 한편 통화팽창의 원동력이 되는 본원통화(화폐발행고+지준예치금)증가율도 76년 이후 3년간 연평균 37·6%를 기록, 그동안의 통화증발이 예금으로 흡수됨이 없이 곧바로 민간화폐보유고를 증대시켜 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대부분 개도국의 경우 신용경제발달에따라 상승추세를 보이게 마련인 통대승수도 계속 하락, 지난해 0.969까지 내려가「필리핀」(1.507) 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또 개인부문의 자금운용면에서도 저축성예금이 75년을 깃점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현금·요구불예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 이같은 현금보유성향이 투기를 겨냥한 대기 유동성으로 작용해 물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같은 금융구조의 퇴보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지적, 범국민적인 저축을 통해 현금통화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각적인 저축유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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