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석교수 저서에 일학자가 반론|한국과 일본의 「서열의식」은 비슷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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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두교 현해탄을 사이에둔 한일사회학자간에 학문적 논쟁을 벌일 기세여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최재석교수(고려대)가 쓴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이 일본에서 번역, 출간 (학생사간)된데서 비롯한다.
이책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일본어판을 감수한 일본의 세계적 여류사회인류학자인 「나까네·지에」 교수(중근천지·동경대 동양문화연구소)는 서평형식으로 최교수의 논지를 비판한 글을 영남대인류학회지 (2월말발행 예명)에 보내왔다.
『한일양국의 인간관계의 상이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나까네」 교수가 비판한 골자는 『최교수가 한국인의 의식구조중에 뚜렷한 것으로 내세우고있는「상하서열의식」은 일본의 특수한 사회성격인 「종」(다떼)적 관켸와 젼혀 다르다』는 것이다.
곧 한국사회에서는 모든사회생활에 있어서 웃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복종(상하서열의식) 이 현저하게 나타나며 집단 및 사람과 사람의 판계를 특정짓는 친소구별주의도 강한것으로 최교수는 풀이하고 있어 일본의 「다떼」적 사회구조를 한국에서도 볼수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전체적인 서술로 보아 모순되고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오히려 『전체 논술의 여러가지 측면을 주의깊게 읽으면 일본사회의 존재양상과 아주 상이하다』고 보는것이다. 「나까네」교수의 비판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최교수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특색으로 「개인이 집단에 매몰되어있다」고 하는데 일본인과 비교하게되면 어떤 의미에서 한국사회는 대단히 개인 「플래이」를 할수있는 사회다. 이는 최교수의 논술에 나오는 제측면을 서로 관련지음으로써 이론적으로 입증할수 있다.
최교수의 용어에 따르면 개인은 혈연·지연·학연등에 의해서 형성되는 「공동체」에 속하고 있다. 이는 동일 인물이 몇가지 종류의 집단에 속하고 있다는것이 된다.
그리고 「친소구별주의」에 의해 이들 각각의 집단내부에 있어서도 몇갠가의 수준이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개인의 소속의식이 바뀐다.
따라서 최교수가 말하는「공동체」 또는 「자기집단」의 범위라할까 틀이 반드시 일정하지는 않다.
이에비해 일본인도 여러종류의 집단(관계)을 갖고있으나, 그중에서 항상 우선되는 집단이있다. 예컨대 직장에관한 일이라면 직장의 서열관계가 우선이되고 이에 대해서 혈연관계등은 분명하게 양보한다.
한국에서는 오늘날도 근친관계, 동향관계의 기능이 강하고 「대학졸업」이란 자격과 함께 충분히 고려된다고 생각된다. 밑에서 위까지 어떤 직업에 취직할 경우에도, 또 승진할 경우에도 어느대학, 졸업연도등에 충분히 대행할 수 있는 요소로 근친이나 동향관계등이 기능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뜻에서 한국의「시스팀」은 일본의 경우보다「이탈리아」나 「필리핀」의 그것과 닮았다고 본다.
최교수가 강조하는 상하관계는 바로 개인과 개인의 관계이며 한국사회의 황금률은 모든 조건하에서 하위자가 상위자에게 적응(복공) 한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실제의 과정에서 상위자가 하위자에제 적응하는 여지마저 없어보인다. 이점 한국의 상하관계편이 일방적이며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 한가지 현저한 것은『한국사회에서의 상하질서라는것은 상당히 권력·권한의 자가 있을때 나타나고, 일본처럼 1년이라도 입사연도가 다르면 선배·후배의 구별이 생겨 그 순서에 따라서 질서가 생기는것이 아닌것 같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일본인처럼 쉽사리 통제가 안되는 것같다. 따라서 한일양국의 차이는 일본에서는 항상 서열의식이 우선하고, 그것에의해 사랍들이 뭉치는데 반해서 한국에서는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걸출한 권력자와 그렇지못한자 사이에 생기는 상하관계가 사람들을 통합한다고 하는 점에서 찾을수 있다.』
이같은 「나까네」교수의 비판은 그가 일본사회를 유지하는 기본구조로 「오야붕·꼬붕」관계를 들고 이 관계를 바탕으로한 종적구조를 일본사회의 특수성으로 내세운데 대해 최교수가 한국사회를 보는 눈이 일견이와 흡사하여 그의 이론이 흔들릴까 두려운 때문인 것으로 우리 학계에서는 보고있다.
사실 그의 중심원리인「다떼」란 말은 그의 대명사처럼 세계학계에 퍼져있다.
따라서 외국인에게도 일본은 「종의 사회」란 관념이 세계적으로 되어 있는터이다. 최교수는 이같은「나까네」교수의 비판에 대해「한국인의 사회적성격」은 서구의 민주주의·개인주의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비판하려는 것이였다면서 『「나까네」교수는 자신의 「다떼」이론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꺼린것 같다』고 풀이하고 그의 견해에 대해서도 수긍할수 없는 점이많아 앞으로 우리 학계에서 이에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여야할 것으로 내다봤다.【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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