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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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팔레비」 이후의「이란」사태에서 많은위험을 감수해야할 것같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불행한 사태」의 요소는 수없이 많다. 그 첫째가「바크티아르」현 내각이 계속생존할수 있을까 의심이 들정도로 약체라는 점이다.
현재 「이란」 국민의 93%이상을 차지하는 회교도의 지지를 받는 「호메이니」가 「파리」에서 귀국해서 「바크티아르」를 무너트리고 집권할 가능성이 있고 「호메이니」의 회교공화국은 친소일변도는 아니더라도 반미정권일 것은 거의 분명하다.
또 지난 1년간의 혼란기를 틈타 급성장한 「이란」 공산당 「투데」가 「치밀하게 조직된」 공산당기구를 활용해 「정치권력의 실체」로서는 허약체인 회교도 정권을 뒤엎고 친간정권을 수립할 가능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투데」는 현재 그 세력은 미미하지만 실제 반「팔레비」세력 가운데서는 가장 조직적인 힘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 「팔레비」전선에서 한데 뭉쳤던 「산자비」의 국민전선과 「호메이니」 회교세력,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은 실제 「팔레비」 이후의 「이란」에 대해서는 그 청사진이 서로가 달라 앞으로 심각한 내분과 권력투쟁이 예상된다.
소련은 현재 「이란」국경에 5개사단으로 병력을 증강시켜 놓고 많은 비밀요원을 「이란」내로 침투시키고 있으면서 계속 미국의 「이란」 개입을 경고 하고 있다.
이에대해 미국은 「필리핀」 「수빅」 만의 미7함대일부를 「페르샤」만으로 이동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에 F-15전폭기를 급파하는등 무력시위로 맞서고 있다.
이것은 소련이「팔레비」집권시 천연「가스」등을 공급받으면서 「팔레비」를 은근히 지지해왔으며 5천만명의 소련국내 회교도들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약점을 십분 이용하면서 최소한 외세에 의한「바크티아르」정권의 붕괴를 막아보자는 미국의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이란」에는 친미군사 「쿠데타」의 가능성이 전혀 배재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케렌스키」 민간정부 (「러시아」「볼셰비키」혁명 직전 8개월의 단명 민간과도정부) 같은 현「바크티아르」정권을 「피노체트」 정권 (미국의 도움으로 「쿠데타」에 성공, 철권정치를 펴고 있는「칠레」현정부)으로 바꾸려하고 있다』는 반 「팔레비」세력의 비난은 어쩌면 미국의 마지막 「카드」를 잘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국이 현 「이란」 정부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크티아르」정권만이 현재 미국이 기댈 수 있는 최선의 정권이기 때문인것 같다.
「이란」의 상실은 미국엔 심각한 군사·정치·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이란」의 상실은 먼저 소련의「페르샤」만과 인도양진출을 가능케할 것이다.
이 두 바다의 상실은 중동석유의 서방보급로차단으로 서방경제에 치명적인 석유파동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디에고가르샤」를 인도양 거점으로 하는 미7함대의 대폭 증강이라는 미국방비의 엄청난 부담을 미국에 안겨줄 것이다.
또 중동산유국중 마지막 친미보루가 되고 말「사우디아라비아」는 대소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주변의 강경, 친소「아랍」국가들의 강한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게될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미국의 중동간화조약체결에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의 미소경쟁에서 미국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포기할수 없는「이란」을 두고 미국은 현재 외로운 입장에 놓여있다.
연초 「과들루프」에서 열렸던 미·영·불·소 4대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제외한 3국은「이란」사태에 대비, 서방군사력의 대「페르샤」만 공동파견이라는 「카터」 미국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함으로써 미국은 모든 부담을 혼자지게 되었기때문이다.「팔레비」의 압력으로 망명중인「호메이니」를 추방했던 친소 「이라크」와는 달리 「프랑스」는 「호메이니」에게「파리」망명을 계속 허용함으로써「이란」사태를 원격조정할수 있게했던 것과 아울러 이것은 같은 배를 탄 서방국가들간에서도 최후에 승리하는 「이란」 정권에서 국익을 찾겠다는 국체정치의 냉엄한 한 단면을 크케실감케하는 것이다.<진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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