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으로 옮겨지는 여성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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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년4월 대한YWCA가 AID의 보조를 얻어 시작한, 여성도배공·「타일」공 훈련은 78년 한국여성계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단체들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만의 여가선용장」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고전해 왔던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소외당한 계층 배고프고 못배운 사람들에 대한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했다는 「행동」부재에 있었기 때문에 더우기 기능직훈련이 값지게 평가되는 것이다.
처음 서울과 광주에서 시작된 Y의 도배공·「타일」공 훈련은 이미 7월과 12월에 그 졸업생 2백여명을 배출, 남성들과 나란히 공사장에서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자극받아 각계각층 여성들이 지금까지의 「남성분야」로 인식돼 왔던 일터에 파고들고 있다. 최근의 시내 「버스」여성운전사가 대전에서 나왔는가 하면(8월), 여성우편배달부(10월·인천), 여성구두닦이등이 줄이어 등장했고 특히 요즘 한창 인기가 높은 개인 「택시」에도 여성운전사들만의 발대식을 가질 정도가 됐다.
결국 78년은 이처럼 여성직업분야의 확대가 눈에 두드러진 셈인데 이는 물론 최근 2, 3년사이의 중동「붐」에서 온 인력난이라는 현실적 요구가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서 YWCA를 비롯한 주부「클럽」이 연합회·여성문제연구회등 여성단체들이 여성직업에 대한 관심과 행동에 나선 것은 앞으로 여성계를 위한 커다란 발전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80년대를 향한 산업사회 여성인력에 대한 정책을 펴기로 발표(10월)한것도 앞으로 여성이 어떻게 사회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예고이며 곧 여성계의 눈앞에 닥친 과제가 됐다.
사회전반에 일손이 달려 여성을 부르는 일은 이미 시작됐지만 과연 대과제가 되고있는 저임금·남녀차별등의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 것인가는 78년에 풀지못한 숙제로 넘어갔다. 그것은 또 「여성문제」와 발을 맞추고있다. 작년부터 여성학이 대학에서 강의되고 지난75년의 「여성의 해」를 전후하여 여성단체들의 행동목표가 되고있는 「여성문제」는 올해들어 출판계에 이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일반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2월14일 서울 여성백인회관에서 열린 제1회 「여성문화제」(「크리스천·아카데미」여성사회문제 연구회주최)는 이러한 여성문제에 대한 한국여성등의 관심이 점점 높아져감을 잘 보여주는 행사였다. 12월22일에 결성된 「범여성발전촉진회」(회장 이숙종)도 이제 한국에서 「유엔」의 여성10년사업에 발맞추어 본격적인「행동」이 시작된다는 예고로서 또 하나. 78년의 수확이다.
주로 여성단체와 일반주부들이 앞장서고 있는 소비자보호운동은 올해 정부에서 여기에 처음으로 2천만원이라는 예산을 세워 기구를 설치한 것이 커다란 움직임이었다.
지금까지 각 여성단체가 부분적으로 벌여왔던 소비자 보호운동이 금년3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주부교실중앙회·YMCA·주부「클럽」등 4개 단체가 모여 사단법인으로 협의회를 만든것은 바로 소비자 보호운동의 새로운 장을 연것이다.
소비자보호 기본법제정이 아직 난항을 겪고있지만「행동하는 소비자」라는 여성단체들의 구호가 이제 진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때가 왔고 그 추진작업이 78년에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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