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을 자초한 「데사이」 정권|인도 「간디」 구속 파문, 갈수록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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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도는 2년만에 다시 반정부 「데모」로 역설적인 정치 불안을 겪고 있다.
이 새로운 정치적 불안은 「데사이」 인도 수상이 「인디라·간디」 전 수상의 정계 복귀를 저지하기 위해 「간디」의 의원직 박탈 및 구속 조치를 단행한데서 비롯되었다.
지난해 반 「간디」 운동 전개로 총선거에서 「간디」의 국민회의당을 누르고 승리하여 집권한 연합 「자나타」당의 「데사이」 수상은 「간디」 축출에 반대하는 친 「간디」 반 「데사이」 「데모」를 맞아 이제 그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현재 5개 정당이 연합해서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자나타」당은 출발 때부터 구조적인 불안을 안고 있었다.
「자그지반·람」 「차란·싱」「나라인」 「모라르지·데사이」「페르난데스」 등으로 대표되는 「자나타」당은 대「간디」전선에서는 하나로 뭉쳤으나 집권 후 상호 정치 노선의 차이로 집권시의 「간디」가 보여준 것과 같은 강력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여당의 구조적 불안은 일부 상류 계급의 입김과 함께 선거 공약 이행에 차질을 안겨주었다.
공약에서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지역 개발과 중소기업 육성은 공약화의 단계에 있고 도심의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가하면 전통적 계급 제도의 타파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아 천대 속에 사는 「불가촉 천민」의 「데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고삐 잡히지 않은 「인플레」는 인도 서민들의 불만을 유발해서 일부에서는 「간디」 시대를 회고하며 현 「데사이」 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평하고 있다.
거기에다 내상을 맡았던 「차란·싱」이 「데사이」와의 관계가 악화돼 지난 6월 장만직을 사임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3명의 각료와 6명의 주지사가 사임하는 내부 분열까지 보여 「데사이」 정부는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때 「간디」의 경계 복귀는 「데사이」에게 「목을 겨눈 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간디」는 지단 11월 「뉴델리」 남쪽 「치크마가루르」 선거구의 보궐 선거에서 여당 후보에 압승함으로써 2년만에 다시 인도 경계에 복귀했다. 이 선거구가 전통적인 친 「간디」 지역이기는 했으나 선거에서 「간디」가 서민들의 표를 많이 얻었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또 일부 서민들은 「간디」가 집권시 비상 조치로 준 불편이 다른 인도인들이 준 불편보다 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간디」에 표를 던졌다.
여기서 다른 인도인은 상류 계급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같은 일반 국민들의 적지 않은 대 「간디」 지지에 대해 「데사이」 수상은 『보궐 선거 결과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애써 일축하면서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간디」가 현재의 「인디라」 회의파를 중심으로 해서 분산된 국민회의당을 재 강화할 때 집권 「자나타」 당에 주는 위협은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데사이」 수상은 「간디」의 정계 복귀를 좌절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디」 제거의 이유는 『의원 특권 남용과 의회 모독』이었다. 이것은 4년전 「간디」 여사가 수상 시절 아들 「산자이」의 회사 부정 수사를 맡은 관리 4명에 대해 수사를 방해했고 이에 대해 의회 증언을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4년 전의 부정을 들어 지금 「간디」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은 공공연한 정치 보복으로 해석된다.
인도 의회가 절대 다수로 「간디」의 축출을 결정하자 수많은 「간디」 지지자들이 반「데사이」, 반정부 「데모」를 시작했다. 「데모」의 구호는 『「간디」 석방』이지만 그 이면의 구호는 서민 생활의 안정을 요구하는 대 정부 비판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요 사태는 지난여름에 실시됐던 여론 조사 결과의 증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이 여론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6%가 「간디」 복귀를 희망했으며 수도 「뉴델리」에서는 응답자의 4분의 3이 정부의 효율 증대, 법과 질서의 개선, 물가 안정 및 공직 부패 감소를 위해 「간디」가 필요하다고 대답했었다.
현재 「데모」는 폭동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지난 한주일 동안 경찰의 발포로 최소한 31명이 사망하고 12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위 지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데모」는 지난해 반「간디」 「데모」 못지 않은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데모」로 「자나타」 당이 쓰러지고 「간디」가 재집권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서방 언론은 이번 친「간디」 「데모」가 분열된 「자나타」당에 재 결속을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번을 계기로 「데사이」가 여당 재 결속에 실패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혼란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간디」에 대한 의원직 박탈과 구속으로 야기된 폭동은 실제 인도의 집권당이 지닌 정치적 약점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과 인도 국민들이 인도 정치에 바라는 현실적인 요구의 방향이 어떤 것인가를 확인한 점에서 재평가 되고 있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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