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소 삼각 협력체제에의 진일보|미-중공 수교가 동북아에 어떤 영향 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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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중공 수교는 동북아 지역에서 소련을 상대로 한·미·일·중공간의 3각 준 동맹 체제로의 성립에 진일보를 뜻하며 미-중공간의 협력 체제에 중대 진전을 의미한다.
중공은 미국과의 수교에 성공함으로써 안보·국방 뿐 아니라 야심적인 현대화 계획 추진에 미국의 다각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외교적 측면에서 현 중공 체제의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미국도 중공과 협력 체제를 다짐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고 또 거대한 중공의 개발 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할 길을 튼 셈이 되어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의 활로를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교는 특히 지난 10월에 비준서가 교환된 일-중공 우호 조약의 성립 직후여서 동북아 정세는 물론 미-소 양극 체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미·일·중공은 3각 협력 체제를 굳혔고 대소 전략에서 사실상의 군사 동맹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되어 소련의 이에 대한 대응책이 앞으로 주목된다.
지금까지 미·중공 수교가 늦어진 것은 중공이 72년 상해 성명에서 수교의 원칙적인 합의를 해놓고도 미국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3가지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중공은 미국에 대해 ▲자유중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 ▲자유중국과의 안보 조약 폐기 ▲ 대만으로부터 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중공에서 모택동이 죽고 4인조가 몰락한 이후 화국봉·등소평 체제는 이 3가지 조건에 대해 정차 양보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 안협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중공은 미국에「일본 방식」의 정경 분리 원칙을 넌지시 제시하는 한편 자유중국에 대해 협상의 문호를 넓히는 적극 자세를 보였다. 특히 중공은 자유중국이 중공의 일원이 되는 대신 현재의 통치 체제와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를 존속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함으로써 제3의 국·공 합작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되었다.
중공은 말하자면 자유중국을「홍콩」화 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 미-중공 수교의 길을 트는 한편 대만으로부터도 현 대화에 도움을 받겠다고 암시한 셈이다.
이 같은 사태의 급전은 결국 미-중공 수교를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실현시켰는데 문제는 장경국 자유중국 총통의 대 중공 협상 절대 불가 론을 양국이 어느 선에서 무마하느냐에 있다.
미-중공은 공동 성명에서 72년 상해 공동 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수교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하면서도 대만의「특수한 지위」를 충분히 고려했다.
양국은 미국이 대만과의 문화·경제 및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이번 수교에 의해 대만이 받을 충격을 극소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중공은 당분간 중공과 자유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성립할 때까지 대만의 안보에 관해 서로 모종의 양해가 이루어진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수교 성명에서 양국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군사 무력 충돌을 감소시킬 것을 희망한다고 한 범주에도 중공의 무력에 의한 대만 침공 가능성이 배제된 것을 뜻하는 것일 뿐 아니라 특히 북괴의 남침 가능성도 중공이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자유중국의 장경국 총통은 미-중공 수교와 미·자유중국 단교 사태를 맞아 16일 아침 이미 긴급회의를 열고 자국의 진로에 관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가 미·중공 관계 정상화의 반작용으로 소련과의 접근 정책을 결정할 경우 상당한 파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 총통은 여러 차례 소련과의 접근을 강력히 배제했고 대만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심하며 국민들이 소련과의 밀착보다는 중공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기운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대소 접근 책에는 한계가 있다.
자유중국은 이제까지의「하나의 중국 론」을 팽개치고 대만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현실적 여건은 그것마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이번 수교로 중공의 화국봉·등소평 체제의 실용적 현실 노선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미·일·중공 3각 협력 체제가 진전되어 동북아, 특히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중공의 역할이 기대되고 자유중국으로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존립에 관한 결정을 강요받게 되어 그 대응책이 주목된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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