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연타석 펑펑펑 … 나이 날린 이승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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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17일 문학 SK전에서 국내 무대에선 처음으로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을 쳤다. 2회 초 채병용(오른쪽)으로부터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 [인천=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삼성 이승엽(38)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으로 1경기 3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승엽은 17일 인천 SK전에 5번 타자로 나서 2회 초 채병용을 상대로 시즌 11호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한 번 터진 홈런포는 멈추지 않았다. 이승엽은 3-4로 뒤진 4회 초에도 솔로 아치를 그렸다. 5-4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는 전유수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쳤다. 3연타석 홈런. 이승엽은 타구를 지켜본 뒤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베이스를 돌았다. 이승엽이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활약한 삼성은 SK를 12-5로 꺾었다.

 이승엽은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19년 동안 517개의 홈런을 쳤다.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기록(371개)도 그가 갖고 있다. 그러나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것은 2번뿐이었다. 그나마도 모두 2경기에 걸쳐서 기록한 것이었다. 2003년 56홈런을 치는 등 ‘국민타자’란 칭호를 받았을 때도 1경기 3연타석 홈런은 없었다. 일본에서도 2008년 요미우리 시절 한 번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이한 38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1경기 3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이승엽은 타율 0.253·13홈런으로 부진했다. 절치부심한 이승엽은 타격폼을 줄이며 좀 더 정확한 타격에 집중했다. 그리고 올 시즌 부활에 성공했다. 타율은 0.310으로 올라갔고, 홈런도 덩달아 늘어났다.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와 같은 숫자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뭐라 표현은 못 하겠지만 정말 기분이 좋다. 세 번째 타석 홈런은 올 시즌 가장 좋은 스윙이었다.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올 시즌도 다르지 않으면 ‘야구 인생을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하지 않나’라고까지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지난 16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예비 엔트리 60명을 발표했다. 이승엽은 홍성흔(38·두산)·나지완(29·KIA)과 함께 지명타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그는 “최종 엔트리(23명)에는 내가 빠질 것으로 생각한다. 후배들이 대표팀을 이끌어 갈 때”라고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지금까지 이승엽은 야구 대표팀의 하이라이트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타를 날린 것을 시작으로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 노장이 된 후에도 2013년 WBC에 참가하며 태극마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편 두산은 잠실 라이벌 LG에 7-6으로 역전승했다. 두산 민병헌은 6-6으로 맞선 9회 말 1사 1루에서 유원상을 상대로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끝내기 2루타를 때렸다. 강정호가 만루홈런을 친 넥센은 KIA를 9-4로 눌렀다. NC는 지역 라이벌 롯데에 10-5로 이겼다.

인천=이형석·안희수 기자

◆17일 전적

▶두산 7-6 LG ?▶삼성 12-5 SK
▶넥센 9-4 KIA ?▶NC 10-5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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