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어린 목숨을 죽일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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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파트」에서 혼자 집을 보던 지희양이 자기 집 운전사에게 살해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충격은 컸다. 『돈이 아무리 필요했다 하더라도 어린 목숨을 죽일 수야 있느냐』 며 지희양의 이웃주민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인간존엄성을 되살리는 사회 분위기룰 만들어야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법인 최석채의 자백을 뒷받침할 물증인 「다이어」 반지를 찾는데 수사력을 쏟고 있으며 물증수사에 시민들의 협조를 바라고 있다.
경찰이 밝힌 범행경위는 다음과 같다.

<"아저씨 오셨어요">

<범행>최는 사건당일인 14일 하오1시45분 쯤 지희양 아버지 홍성천씨(50) 회사인 유창산업(서울중구을지로2가) 사무실에서 지동차수리비와 세차비로 1만원을 받아 신당동 한진세차장에 가서 세차만을 끝내고 자신이 살던 신당1동사무소에 고추표를 받으러 갔다.
무단 전출한 이유로 고추표를 받지 못한 최는 하오3시30분쯤 창신동 집으로 가 동거중인 김모씨(27)와 20여분쯤 있다가 수정 「아파트」로 떠났다.
최는 여의도국교 옆길에서 지희양이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것을 보고 앞질려와 수정 「아피트」남쪽 빈터에 차룰 세워놓고 길 맞은편 영양 「아파트」쪽에서 지희양을 지켜보았다.
하오4시쯤 지희양이 경비원 김용호씨(42)로부터 열쇠를 받아 수정「아파트」현관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 지희양을 뒤쫓아 지희양이 타고 내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갔다.
이때 경비원은 자리를 비워 최를 보지 못했다.
최가 홍씨 집인 1501호의 「벨」을 누르며 『기사 아저씨가 왔다』 고 하자 지희양은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최가 들어서자 지희양이 방금 앉았던 응접실 「소파」에 다시 앉아 귤을 계속 먹으며 『아저씨 왜 왔어, 아버지는 회사에 계셔요?』라고 묻자 최는 『좀 쉬려왔다』며 맞은편에 앉았다.
이때 지희양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며 전화통을 잡자 최는 당황, 전화선을 손으로 끊었다.
이때가 하오4시50분쯤. 놀란 지희양은 최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응접실을 2바퀴 돌다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최는 부엌 「싱크대」에 놓여있던 과도(20cm)를 들고 안방으로 좇아 들어갔다.
최가 『아무 소리 말라』고 위협했으나 지희양은 완강히 반항하며 맨 손으로 칼날을 잡았다. 지희양이 손에 피를 홀리며 『아버지한테 이르겠다』고 울먹이면서 계속 반항하자 최는 순간적으로 문갑 위에 있던 수석을 들어 지희양의 얼굴을 세 차례나 때려 쓰려 뜨린 후 장롱속에 있던 「다이어」반지 1개만을 훔쳐 방을 뛰쳐 나왔다.

<계단 통해 도주>

<도주>최가 범행 후 피 묻은 손을 홍씨 집 안방에 널려있던 양말로 대강 닦는 순간「벨」소리가 울렸다. 지희양의 어머니 심정석씨가 귀가한 것이다. 최는 심씨가 「엘리베이터」룰 타고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뒤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A동 네 번 째 계단으로 달아났다. 출입구를 나올 때까지 주민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고 경비원 김씨도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어 최를 보지 못했다.
최는 하오5시30분쯤 타고 온 차로 다시 창신동 집에 돌아가 동거중인 김씨에게는 왼쪽소매에 피가 묻고 안쪽단이 뜯어진 붉은색 「잠바」를 벗어 세탁하라고 맡기고 「베이지」색 「잠바」로 갈아 입은 다음 곧바로 회사로 갔다.
최는 하오5시45분 쯤 희사차고에서 차 손질을 하는 사이에 『사장집 지희가 교통 사고룰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놀란 체 하기까지 했다. 잠시 후 지희양의 아버지 홍씨와 문전무를 태우고 지희양이 있는 한강성심병원을 들려 범행장소인「아파트」로 갔다.
최는 14일 밤 홍씨집에서 태연히 지희얌 가족과 함께 밤을 샜으며 『지희양이 「피아노」도 잘치고 공부도 잘했는데…. 눈에 선하다』며 능청을 떨기까지 했다.
최가 차를 수리하려 간다며 회사를 나갔고 그 사이에 범행했기 때문에 회사측과 지희양 가족들은 그룰 의심하지 않았고 그 뒤 보통 때와 다름없이 계속 출근해 아무도 범인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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