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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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마다 잘났다는 네 사람이서 누가 제일 오래된 직종에 몸담고 있는가 라는 문제로 시비가 벌어졌다.
먼저 의사가 말했다.
『내 직업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신이 「이브」를 창조하려고 「아담」의 갈비뼈를 도려낼 때부터 의사는 존재했으니까』라고 뽐냈다. 『천만에』하면서 건축가가 나선다. 『세계를 창조하고 조직화한 것은 건축가의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는게 의사에 대한 반론이었다.
『그래. 두 사람이 다 틀렸어』하면서 이번엔 철학자가 나섰다. 『세계를 창조하기 전에 혼돈상태(카오스)가 있었는데 여기에 대한 관념이 없고서야 어떻게 세계가 이루어지나』그런데 이때 『무슨 말씀』하면서 정치가가 한마디했다. 『혼돈(즉 혼란)을 창조한 것은 누구이게?』하는 한마디로 세 사람은 대꾸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미 고전화되어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우스개 소리다.
누구나 일반적으로 알고있기는 정치란 질서와 화평과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고도의 행동양식이다.
그런데 도리어 정치가 무질서와 혼돈과 불안을 조장하여 백성들에게 불신 받는 풍조가 된 것을 이 농담은 따끔하게 풍자하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닥쳐오자 한동안 식었던 정치열병이 많은 화제를 제공해준다. 출마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입후보자부터 반드시 당선될 것이 확실한 예약선량까지 각양각색의 정치색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은 선거 전, 전쟁 중, 그리고 사냥 후만큼 거짓을 만들진 못한다』(클레망소)는 말처럼 선거는 국민들이 정치가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허용하는 시합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꽤나 정치적 무관심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선거계절의 풍정엔 곧잘 흥미를 느끼게 된다. 아마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가장 오묘하고 재미있으며 박력 있는「스포츠」나 연극이 정치라고 한다면 운동경기정도를 보고 흥분하여 소주병을 던지는 대중만큼 다스리기 쉬운 일도 드물 것이다.
이제 잠시만이라도 그런 「스포츠」를 제쳐두고 진짜「스포츠」를 관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스포츠」 중계방송해설자 역할도 누군가 좀 잘해주고, 심판이 잘못하면 관중들이 소리도 약간 지르고 하는 그런 정치적 관심과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을까.
어떤 고약한 정치가가 한말처럼 『냇물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로는 안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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