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와 견우 이야기에서 여름 별자리 여행 시작되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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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짧은 계절입니다. 그만큼 별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적어 아마추어 천문가나 천문학자들에게 그닥 환영받지 못하지요. 하지만 단순하게 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최고의 계절이죠.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야외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아서입니다.

별자리는 밤하늘에 놓인 별들의 길입니다. 이 길을 통해 우리는 별을 하나하나 찾아가죠.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이정표를 찾는 일일 것입니다. 별 보는 사람들은 밤하늘의 이정표를 길잡이 별이라 부릅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국자 모양을 한 일곱 개의 별, 북두칠성을 찾는 일에서부터 여름철 별여행은 시작됩니다. 북두칠성의 휘어진 손잡이 곡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오면 전에 배운 봄철의 대곡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봄철 별자리들이 서쪽 하늘로 옮겨갈 무렵 하늘 중앙은 밝은 여름 별들(계절의 별자리는 그 계절의 한밤중에 하늘 중앙에 보이는 별자리를 말함)로 가득 찹니다.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길잡이 별은 직녀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직녀와 견우 이야기에 특별한 상상을 더해 여름철 별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는 직녀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직녀의 아름다움은 서양에까지 알려져 제우스신도 직녀를 만나고 싶어 했죠. 이를 눈치챈 옥황상제는 직녀를 견우와 결혼시켜 버립니다. 후에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게 되자,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해 동양의 하늘로 날아 왔습니다. 그리고 백조의 목을 길게 늘어뜨려 둘 사이를 갈라놓았지요. 그래서 여름 밤하늘에는 직녀와 견우, 그리고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구름을 몰고 다니며 비와 눈, 번개를 일으키는 신으로 알려져 있죠. 칠석에 비가 오는 것도 제우스가 둘 사이를 방해하기 때문일까요? 이 이야기는 별자리를 쉽게 찾기 위해 필자가 만든 상상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세요.

직녀와 가장 가까운 1등성이 바로 제우스가 변신한 백조자리의 으뜸별로 백조의 꼬리에 해당하는 데네브입니다. 그럼 견우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남쪽지방 남자가 잘나고 북쪽지방 여자가 아름답다는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녀에서 남쪽으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 견우입니다. 견우와 직녀, 그리고 데네브를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직녀와 가까운 별이 백조자리의 데네브, 조금 멀리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별이 견우죠.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정말인가 봅니다.

견우는 직녀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제우스의 등장을 알지 못합니다. 신화 속 주인공 가운데 제우스의 눈을 피해 이 일을 알려줄 사람으론 누가 있을까요? 제우스에겐 형제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는 위대한 영웅들을 가르친 스승으로 알려진 신도 있죠. 반은 말이고, 반은 인간인 키론이 그 주인공입니다. 키론은 견우를 기준으로 제우스, 즉 백조와 정 반대편으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남쪽에 있습니다.

반인반마인 키론의 별자리가 바로 궁수자리입니다. 키론은 이아손을 비롯한 제자들이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양피를 구하러 떠날 때 그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늘에서 활과 화살로 방향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고호가 떠난 곳은 지금의 터키 근처 사막이었어요. 궁수자리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사막을 상징하는 동물인 전갈이 있습니다. 전갈의 심장에 해당하는 붉은색 1등성을 궁수자리 오른쪽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는 또 다른 버전도 있습니다. 필자가 대학 시절 은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견우와 직녀는 부부싸움 때문에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들판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생활하던 견우에게 궁궐의 생활은 따분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하늘나라 궁전에서 책 읽고 베 짜던 직녀에게 견우의 자유분방한 행동은 낯설기만 했겠죠. 매일 놀기만 하자는 견우에게 실망도 했을 테고요. 어느 날 화가 난 직녀는 베틀을 돌리다 창 밖에서 놀고 있던 견우에게 베틀의 북을 던져 버립니다. 견우 옆에 보이는 돌고래자리의 마름모꼴 별들이 바로 견우의 머리에 맞고 옆으로 튄 베틀의 북이라고 합니다.

화가 난 견우는 직녀와의 이혼을 요구했으나, 체면을 중요시했던 옥황상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옥황상제는 견우에게 은하수 남쪽의 땅을 주고 별거를 하게 했고, 일 년에 하루만 만나서 화해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년 칠월 칠석이 되면 견우는 직녀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은하수를 건너야 했고, 이때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면서 흘린 눈물이 비로 내렸다고 합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 중 어느 것을 믿을지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첫눈에 반한 사랑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태형 충남대학교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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