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의 콩나물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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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 나라 국민학교에서의 「콩나물 교실 수업」이 이제 중학교에까지 확대돼가고 있다고 한다.
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 실시 이후 진학률이 해마다 3.4%∼10%씩 늘어났는데도 교육시설의 신·증설은 이에 따르지 못한데서 연유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의 강남지역은 인구의 강남 소산정책에 따라 급격히 학생수가 늘어났는데도 신·증설이 뒤따르지 못해 더욱 심한 과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학급수가 52개나 되는 「매머드」중학에서는 교실이 모자라 매시간 4학급씩을 밖으로 몰아내 체육수업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라 한다.
매양 손발이 안 맞는 정책의 소치이기는 하지만 중학생들 마저 「콩나물 교실」에서의 비정상적 수업을 한다는 것은 결코 심상한 상태가 아니다.
서울의 경우 당장 내년에 적어도 12개교 1백90개의 학급증설이 필요한데 공립학교는 1개교로 신설하지 않고 몽땅 사립학교에만 의뢰, 겨우 7개교의 설립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설립신청을 한 7개교도 지금까지 대지 매입을 못하고 있어 내년 개학 때까지는 준공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과밀수업현상은 학교는 제대로 신실하지 못하고 임시 방편으로 기존 공립 중학교에 학급 수만 늘린 결과인데 이 때문에 52개 학급을 돌파한 초대형 「매머드」 중학이 2개교나 된다.
중학의 경우 적정 학급 수는 18개 학급(학년 당 6개 학급)인데 한 학년이 22개 학급이나 되는 초 과밀 현상은 이제 다반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학의 과밀현상은 지난10년 동안 교육시설에 대한 제대로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인과응보로밖에 볼 수 없다.
과거 10년간 우리 나라 교육예산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5%∼17%안팎이었다.
대학정원을 대폭 확충함에 따라 전례 없이 교육투자비가 높아진 내년도 예산도 19.24%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다 내국세의 12.98%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법정 교부율도 지난72년 「8·3조치」로 묶인 후 교육재원은 안정성을 잃어왔다.
74년에는 7.34%까지 내러갔었으며 75년 8.26%, 76년 8.75%, 77년 8.9%였고 올해는 작년보다도 적은 8.67%였다.
중등 교육비의 근간이 되는 지방 교육제정 교부금율이 이토록 낮았으니 중학교 시설이 거의 증설 안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통계를 보면 우리 나라 중고교생 1인당 공 교육비는 2만1천9백원이라고 한다. 미화로 환산하면 44「달러」로, 「유네스코」 공 교육비 통계에 비추어 전체를 통한 하위권 국가 평균액 1백8 「달러」의 절반도 안된다.
미국·일본 등 상위권은 4백83 「달러」, 「이탈리아」 「멕시코」 「칠레」 등 중위권이 2백61 「달러」. 하위권은 태국 「이란」 「버마」 「파키스탄」 등이다.
이 비교는 바로 우리 나라가 교육투자에 얼마나 인색했던가를 단적으로 실증해준다.
최근 갑자기 인력부족을 실감하게 되었다면서도 아직도 교육에 대한 투자계획이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고 있음은 한심스럽다 82년부터 의무교육 단계로 들어설 중학교에 있어 계획적인 시설투자는 더욱 긴급한 실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사립 중학교의 신설이나 증설은 사학 재단 측의 기피로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지방교육 재정 교부율을 법정 교부율인 12.98% 이상으로 올려 지방 교육재정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한 사학에 대한 육성책도 마련, 중학교 의무교육에 앞선 사전적인 종합 대책이 실시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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