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생활 7년 청산하고 귀국한 건축가 김중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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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71년 서울을 떠나 그동안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해왔던 건축가 김중업씨 (56) 가 『이제 한국에서 살겠다』면서 최근 귀국했다.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지금 내 나이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 「로드·아일랜드」 예술학교와 「하버드」 대에서 강의해봤던 김씨는 작년에 잠깐 서울에 다녀가면서 그 「아쉬움」이 더욱 짙어져서 이번에 아주 귀국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갑자기 몰라보게 좁아진듯한 서울의 거리를 「건축가」가 대면한데서 생기는 아쉬움이 물론 제일 컸다고 말한다. 도시계획의 방향에 대해서까지 『대안도 내고 싶고 반성도 함께 하고 싶었다』고, 그는 오랜만에 돌아온 고국땅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졌다고 의욕을 편다.
김씨는 벌써 서울 장충동에 건축연구소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설계했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 세워질 「에븐·호텔」 에 대한 기대에 가득차 있다. 3년후에 완성될 그의 「에븐· 호텔」은 한국의 옛 4각 실패모양의 객실 3백33개의 건물. 그는 자신의 「대표적 작품」이 될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의 「프랑스」 대사관과 「이탈리아」 대사공관, 3·1로「빌딩」, 그리고 제주대학 본관 건물의 작가 김씨는 이제 한국에 돌아와 「인간을 위한 건축」에 경진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동안 인생관이 많이 바뀌어졌습니다. 나는 적어도 돈에 대해서는 담담해졌다고 확신합니다.』 충실히 어떻게 한사람의 건축가가 이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수 있는가를 그는 요즘 절실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땅은 각기 자기가 바라는 건축이 있어요. 나는 각각 땅이 바라는 것이 어떤 건물인가를 생각하며 그것을 도와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지요.』 숨막히는 도시의 상자집에 맞서 그는 표정있는 공간에 모든 힘을 쏟을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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