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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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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동영상은 joongang.co.kr [최효정 기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중략)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1939~ ) ‘방문객’

우리나라 최초 민간 직업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이 30주년을 맞고 보니 단장으로서 감회가 깊다. 한국 발레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기쁨을 주변에서 밀어주신 좋은 인연들과 나누고 싶다.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릴 때면 특히 생각나는 나의 두 날개, 시아버님과 친정아버님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동안 나와 발레단이 만났던 소중한 분들 얼굴이 떠오른다. 한 분 한 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어마어마한 일생과 만나 우리 발레단이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수백 년 쌓아온 러시아 발레의 전통과 역사를 한국 땅에 이식해준 마린스키 극장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 내겐 엄마이자 언니이며 개인 코치였던 제타 콘스탄틴은 우리 발레단 최고의 방문객이었다.

 단장으로 일하면서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의 갈피, 속마음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날이 통감한다. ‘방문객’은 타인을 생각하게 만드는 화두, 겉모습이 아니라 갈피를 읽으라는 숙제를 안겨주는 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