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특수 소재, 특이 기능 …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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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

명품 브랜드의 제품 가격은 늘 논란거리다. 한국 시장에서 유난히 비싸게 판다는 비판, 원가에 비해 너무 많은 이익을 취한다는 비난도 명품 브랜드를 공격하는 단골 소재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최고의 원료로, 최선의 솜씨로, 최상의 제품을 만든다’는 명품 브랜드의 주장에 이끌려 매장을 찾는다.

이런 명품 브랜드를 둘러싼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한 지인이 명품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골랐다. 매끈하게 윤이 나는 가방, 반짝반짝 빛이 나는 손잡이가 마음에 들었다. 구매를 결정하기 전 매장 점원에게 물었다. “마음에 쏙 들어요. 한데 예쁘긴 해도 표면이 너무 약해 보여서 흠집이 잘 생길 것 같은데….” 그러자 점원 왈, “아무래도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땐 들고 다니지 않으시는 게 좋죠.”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명품 브랜드 우산을 사서 아껴 쓰던 한 여성. 어느 날인가 비가 제법 오는 날 우산에서 물이 새더란다. 이 여성은 ‘장인이 만든 최고의 제품이라더니 우산에서 물이 새는 하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씩씩거리며 매장을 찾았다. 점원의 대응, “요즘처럼 폭우가 잦을 땐 장시간 쓰시면 안 돼요.”

두 사례에 등장하는 명품 매장 직원의 대응 태도는 본래 명품의 전통적 속성을 전제로 했을 때만 옳다. 대중이 사용하는 제품이라기보다는 왕족·귀족 등 소수 계층을 위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명품의 기원이라 그렇다. 제품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심미적으로도 뛰어난 상품을 상류층이 애용했고 이것이 명품 브랜드의 기원이 됐다. 대중교통이 없던 시절이었어도 이들 계층은 명품 가방이 이리저리 험하게 치일 곳에 다닐 일이 별로 없었다. 우산 쓸 일이래봐야 마차에서 내려 건물로 이동하는 잠깐뿐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명품 사용자는 대중화했다. 길거리에서 3초에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명품 브랜드 가방도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 보니 요즘 명품 업계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도 불편이 없도록 방수 성능, 방오(防汚)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태양열 전지판을 달아 휴대 전자기기 충전을 할 수 있게 한 재킷도 대중 브랜드가 아닌 명품 브랜드가 한발 앞서 내놨다. 명품 브랜드 제품에 시도되는 특수 소재, 특이한 기능은 대중의 생활 양식과 요구를 반영해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비 오는 날 쓸 수 없는 우산, 붐비는 버스 안에서 들 수 없는 가방이라면 요즘 시대 명품이 아니다. 소수가 아닌 대중의 생활 양식과 기호를 제대로 아는 브랜드가 21세기형 명품이다.

다음주 수요일(18일) 오후 6시 5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장마철 불청객-습기의 모든 것’ 편이다. 일상 생활의 불편을 야기하는 습기를 현명하게 관리해 명품 생활 환경을 유지하는 똘똘한 살림법을 알려준다. MC 박지윤과 오미연·김효진·이지연 3인의 살림꾼이 주부 100명이 꼽은 습기에 관한 궁금증 1~5위를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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