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력 선거운동의 경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두달 앞두고 각 선거구에서는 선거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벌써부터 자금의 대량살포·탈법적인 선거운동 등의 문젯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민주정치하에서 선거란 국민의 정치적 욕구와 의사를 표현하는 국민적 제전이다. 유권자들은 이 선거란 제전에서 자신의 정견과 유사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그 정견이 국정에 반영될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또 이 기회를 통해 국민들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의 찌꺼기를 풀고 청신한 새 출발을 다짐하게도 된다.
따라서 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견과 인물을 정확히 파악하여 자신의 정견과 유사한 사람을 선택하는데 편리하도록 운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선거제도와 선거 풍토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법적으로 너무 제한되어 있다. 선거공영제란 명분아래 선거운동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선거공보·선전벽보와 극히 제한된 횟수의 합동연설회로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9대 총선거와 종로-중구 보궐선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선거법에 허용된 방법만으론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인물과 정견을 알리기엔 미흡한 것 같다.
그러니 자연히 탈법 선거운동이 난무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모든 후보자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너나할 것없이 탈법을 범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이 경우, 어떤 기준으로 선거법 위반을 단속하느냐 하는 문제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란 관점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소지가 있다.
탈법 선거운동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금력의 난무라 하겠다. 특히 근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졸부가 된 국회의원 지망자들이 벌써부터 각 선거구에서 많은 자금을 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가 어느 정도는 당의 재분배 과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금권 선거풍토는 유위한 정치 「엘리트」의 정치 참여를 배제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국회의원 선거가 상공회의소 회원을 뽑는 행사가 아닌바 에야 부자가 아니고선 정치를 할 수 없는 풍토가 조성되어서야 될 말인가.
또 선거운동 기회의 불공평도 문제다. 어차피 정당의 공천후보는 조직의 힘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소속 후보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공천 후보자에게는 당원의 단합대회와 교육이란 명분으로 추가적인 선거운동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이란 헌법정신에 비추어 합당하다 할수 없다. 이러한 불공평한 요소는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제한하기보다는 무소속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늘리는 방법에 의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보자들 개개인이 왜 국회의원이 되려는 지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정당의 뚜렷하고 특성있는 정책의 제시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돈을 벌었으니 권력과 명예를 더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국회의원을 지망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국가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또 여야간이건 야당 상호간에서건 정당의 형태나 정책에 이렇다 할 특성이 없으면 선택을 해야 할 국민들에게 곤혹감 만을 더해 줄 따름이다.
이번 총선거가 청신한 새 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모범적인 공명선거가 되도록 국민적인 다짐이 있었으면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