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초 과학 연구비 너무 빈약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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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에 대한 연구비 투자는 아직도 국공립 연구 기관이나 KIST 등 비영리 특정 연구 기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고 대학의 기초 과학에 대해서는 극히 빈약하다.
한편 연구 기관 중심의 연구 활동이 연구 실적이나 투자 면에서 서서히 기업체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사실은 과학기술처가 전국 6백26개 연구 기관·대학·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77년도 과학 기술 연구 활동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에 의하면 지난 한햇동안 과학 기술 부문 투자비는 GNP(추계치) 대비 0.81%인 1천2백30억4천4백83만원으로 76년의 0.58%에 비해 크게 신장되었으며 이 가운데 연구비는 88%인 1천82억8천5백66만원.
연구비를 기관별 구성비로 보면 연구 기관이 57%(76년 72%), 기업체가 38%(76년 25%)인데 반해 대학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학 연구비가 전체 연구비의 15∼20%나 되는데 비하면 우리나라는 대학 연구 활동 지원 면에서 크게 소외당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나마 대부분이 농학(39%)·공학(30%)·의학(20%) 부문에 투자되고 있으며 기초 과학인 이학 부문에는 겨우 9%인 4억7천3백만원에 불과해 기초 과학 경시 풍조가 그대로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학 연구원의 15.7%가 이학 부문 연구원임에 비추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며 특히 국공립 대학이 사립 대학보다 기초 과학 투자에서 훨씬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1인당 연구비로 비영리 법인 연구 기관이 2천3백만원, 기업체가 1천71만원이나 대학은 1백13만원에 불과한 실정.
조완규 박사(서울대 자연대학장·발생학)는 『이 조사는 그 동안 대학의 기초 과학이 경시되어 온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하고 『관계 당국은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 대학의 기초과학 육성에 좀더 성의를 보여 달라』고 촉구한다.
과학 기술계의 기대가 자못 큰 과학재단에서도 기초 과학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이 조사에 나타난 77년 말 현재의 연구원 수는 1만2천7백71명으로 76년보다 1천1백10명이 늘어났는데 기업에서 6백38명, 특정 연구 기관에서 4백32명이 늘어났다. 특히 기업체의 박사 연구원이 76년의 25명에서 77년에는 48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활동 면에서도 지난 한해 동안 수행된 과제 1만8백37건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천8백96건이 기업체에서 수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정부 대 민간의 연구 개발비 비가 76년의 65대 35에서 77년에는 48대 52로 오히려 민간 기업체의 투자가 더 많아진 것과 관련하여 기업체의 연구열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 과제의 실용화율(계속 중인 과제 제외)도 기업체가 59%, 연구 기관이 27.5%며 대학은 9%에 불과하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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