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토론회 지상중개|국민교생영어교육|좋은가, 나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학교에서의 영어교육 고려」라는 문교부방침이 발표되자 각계에서 찬반논의가 분분해 왔다. 한글학회는 이 문제를 놓고 24일 동회관 강당에서 찬반토론회를 가졌다. 찬성측의 박순함교수와 반대입장의 박남식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찬>
외국어학습은 되도록 어려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국민학교 상황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국민학교 교육의 반성일 뿐이지, 결코 그것때문에 영어교육을 할수 없다는 이유는 안된다.
과중한 숙제와 1점을 따지는 점수지상주의는 시정되어야한다. 조기영어 교육이 국어교육에 미칠 부작용보다는 국어교육의 강화가 더욱 시급하다. 영어실력의 유무에 따라 각종시험의 당락이 결정되는 풍토는 시정되어야한다. 「주체의식」으로 불리는 민족적 긍지와 자존심등의 함양은 영어를 나이 좀 어려서 시작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교수한다는 말초적 특수기능 때문에 상처입을 것이어서는 안된다. 언어적 쇄국주의로 지켜질 주체의식이라면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기왕에 습득해야할 영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이 시작해서 오랜 기간동안 서서히 부담 없는 가운데 다른 큰 일을 희생함이 없이 배우는 것이 훨씬 좋다. 그것도 어린시절의 이색적이고 즐거운 과제로 가볍게 기초를 닦으면 오히려 막대한 시간과 노력낭비를 막고 영어를 힘들이지 않으면서 배우는길이 되기도 한다.

<반>
10여년 배우고도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영어교육이 늦게 시작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조기 교육만 하면 모두가 영어를 잘하게 되리라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조기교육일수록 일상생활이 모두 영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교사가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할 수 있을때 효과를 볼 수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하기도 어렵지만 그럴 경우 국민학교 교육은 그야말로 국적없는 교육이 되고 말것이다.
어려서 배운다고해서 반드시 영어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다. 거기에다 지금 조기교육을 당장 실시할수 있는 준비도 전혀 없다. 단시일에 일정수준이상의 교사확보는 거의 불가능이다.
교재개발·시설확보·학급규모의 축소도 선결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학습량에 허덕이는 국민학생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보태주는 것이 되기 쉽다. 민주시민의 기본능력을 길러야할 의무교육이 영어과목에 이끌려 초점잃은 교육이 될 우려조차 있다. 국민학교에서의 영어교육보다 중·고교과정에서의 영어교육개선이 시급하다. 교사의 자질향상노력·대입영어에 청취력 부과·우수학생 격려대책등이 따라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