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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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작가「레이·브레드베리」의 장편소설에 『화씨451도』라는 게 있다.
어느 미래사회에서 독서란 대중에게 위험한 생각만 일으켜준다 하여 책이란 책은 모두 태워버린다.
읽을게 없어진 사람들은 그저 오락적인「텔리비전」만 보며 즐기게 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책이 그리워진다. 그런 사람들이 몰래 숲 속에 숨어들어 제각기 책을 읽는다. 그들은 자기가 읽은 책을 외우고, 그 책을 찾는 사람에게 암송해준다. 워낙 책이 모자라는 것이다.
종이가 불에 탈 때의 온도가 화씨 4백51도다. 여기서 제명이 나온 것이다.
책은 귀해져야 사람들이 읽게되는 모양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요새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야단들이다. 책이 너무 흔한 것이다.
올 가을에「프랑스」에서 소설만도 3백여 권의 신간이 나왔다한다. 그 반면에「프랑스」인 중의 27%가 전혀 책을 읽지 않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더욱이 최근 조사로는 1권의 장서도 없는 가정이 27%나 된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편이라 하겠지만….
「유럽」에 처음으로 대학이 생겼을 무렵에는 책 1권이 요새 값으로 치면 근 1천만 원이나 나갔다.
양피지 에 한자 한자 손으로 쓰고 게다가 장정에는 금은 보석을 썼으니 비쌀 만도 했다.
그러니까 도서관에서도 도난을 염려해서 책을 쇠사슬에 묶어서 공개했다.
책이 귀하다고 모두 좋은 책일 수는 없다. 그러나 책이 흔해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책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든「구텐베르크」의 공적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죄악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물론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는 그만큼 책을 싸구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책이 귀해야 읽게되는 모양이다. 흔히「스포츠」에 시간을 뺏기고 「텔리비전」에 눈을 뺏기고 낮엔 또 일에 쫓기고…이래서 사람들이 독서의 취미를 잃게 됐다고들 한탄한다.
모두 일리는 있는 얘기다. 그러나「텔리비전」이 생기기 전에도 독서인구는 적었다.
한 때는 책이 비싸서 못 사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보급판」이란 것도 나왔다.
그렇다고 책이 더 많이 팔리고, 책 보는 인구가 놀랄만큼 늘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25일부터 항례의 독서주간-.
책이 정말로 귀해져야 책 맛을 알게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우선 싸구려 책이 없어지고 싸구려 책은 읽지 않는 버릇부터 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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