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네티즌의 입을 막으려는 발상이다.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있지만 무시하면 그뿐이다. 쌀에 뉘가 섞이듯 많은 사람이 모인 데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뉘는 골라 내면 그만이지만 익명을 제한하는 것은 인터넷 사용자 모두를 위축시킬 수 있다. 활발한 토론을 방해할 공산이 크다.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익명성 때문이다. 실명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네티즌의 토론 참여를 가로막는다. 익명의 폐해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막는 것도 문제다. 욕설이나 음란.음해성 내용을 규제하는 것도 네티즌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85pure>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인터넷이 깨끗해질지 의문이다. 실명제는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자유로운 정보 공유를 차단한다. 가령 정치문제를 토론하는 데 실명으로 한다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실명제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문화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바른 말이 사라질 수 있다. 실명제로 사이버 세상이 깨끗해진다고 해도 그것은 겉은 멀쩡한데 속이 썩은 사과와 같다.

▶대부분 인터넷 회원 가입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신상정보를 도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빠진다. 또 실명제 도입은 국민이 손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애는 것이다. 깨끗한 인터넷을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네티즌의 의식이다. 캠페인이나 교육으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정보통신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국가의 감시와 검열이나 다름없다. 굳이 실명제를 한다면 각 게시판 운영자들이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